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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몸 태워 나눠준 온기. 따스하여라"…겨울이면 생각나는 연탄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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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스·기름보다 저렴해 서민들에게 사랑, 창고에 수북이 쌓아두면 겨우내 '든든'
'19개 구멍' 뚫린 모습에 '구공탄' 별칭…연탄가스로 한 해 1천명 목숨 잃기도

학생들이 대구 서구 비산동 주택가에서 연탄 나르기 봉사를 하고 있다. 매일신문DB 학생들이 대구 서구 비산동 주택가에서 연탄 나르기 봉사를 하고 있다. 매일신문DB

1950~80년대 산업화 시기, 겨울철이 다가오면 연탄과 쌀, 그리고 김장을 준비해야 마음이 놓였다. 부잣집 창고에 수북이 쌓인 연탄은 부를 상징했다. 반면, 가난한 서민은 연탄을 한두 개씩 새끼줄에 매어 들고 나르면서 따뜻한 겨울나기를 소망했다. 사람들은 눈이 오면 미끄러지지 말라고 길에 연탄재를 뿌렸고, 아이들은 언덕길에서 오가도 못하는 연탄 수레를 보면 뒤에서 밀어주었다. 가스와 기름, 전기 사용이 늘면서 연탄의 쓰임새는 과거에 비해 크게 줄었지만 연탄은 여전히 소외계층이나 차상위계층인 기초생활수급자들에게 없어서는 안 될 소중한 연료이다. 뼛속까지 시린 겨울, 연탄에 대해 알아봤다.

광부들이 지하탄광에서 석탄을 캐기 전에 포즈를 취하고 있다. 대한석탄공사 제공 광부들이 지하탄광에서 석탄을 캐기 전에 포즈를 취하고 있다. 대한석탄공사 제공

◆장작의 대체연료 '연탄'

연탄을 처음 사용한 나라는 일본이다. 19세기 말 규슈 지방에서 석탄에 구멍을 내어 목탄 대신 사용한 것이 연탄의 효시로 알려진다. 그 모양이 마치 연밥을 닮았다고 하여 '연꽃연탄'이라고 불렸다. 20세기 초반 연탄 제조기가 발명되면서 본격적으로 연탄이 등장했다.

우리나라에 연탄이 처음 도입된 것은 1920년대, 일본인이 평양광업소를 세우면서부터였다. 당시에는 산업용으로 주로 쓰던 수준이었고 가정용으로는 별로 보급되지 않았다. 제한적으로 사용되던 연탄은 6·25전쟁을 거치면서 사용이 확산됐다.

1960, 70년대 겨울철 도시 골목길의 흔한 풍경 중 하나가 새끼줄에 꿴 연탄이다. 서민들은 퇴근길에 한두 장씩 사 들고 집으로 향했다. 수백 장씩 쟁여둘 형편이 안 돼 낱장 연탄을 사서 끼니도 해결하고 온 식구 언 몸도 녹이던 시절이었다.

1961년 정부에서 연탄 규격을 처음으로 정하면서 '연탄'이라는 명칭으로 정착됐다. 당시 가정용 연탄의 주종은 22공탄이었다. 1965년부터 생산한 22공탄은 6·25 직후 보급된 19공탄과 구분 없이 '구공탄'으로 불렸다.

구공탄은 화력은 약하지만 연소 시간이 더 길어 주머니 사정이 어려운 서민 가정용으로 흔히 쓰였다. 업소나 공장, 부잣집은 화력이 더 센 32공탄, 49공탄을 썼다.

연탄공장에서 연탄가게 주인들이 방금 생산한 연탄을 배달 트럭에 바쁘게 옮기고 있다. 매일신문DB 연탄공장에서 연탄가게 주인들이 방금 생산한 연탄을 배달 트럭에 바쁘게 옮기고 있다. 매일신문DB

이후 1960년대 산림녹화 5개년 계획과 1970년대 새마을 운동에 따른 농촌 지역 연탄 보일러 보급 등으로 연탄은 가정용 핵심 연료로 확고한 위치를 구축했다. 특히 온수 보일러와 가스배출기 개발 등으로 연탄 사용이 확산됐다. 1966년에는 이런 일도 있었다. 한파가 일찍 몰아닥쳐 10월인데도 추위가 전국을 강타했다.

산유국들의 석유생산 중단으로 연탄이 부족하다는 소문이 떠돌자 시중에는 연탄품귀 현상이 빚어졌다. 1장에 10원하던 19공탄 가격이 17원까지 무려 70%나 폭등했다.

그나마 물량이 달려 특히 운반이 쉽지 않은 고지대에 사는 영세민들은 이른 아침부터 빨래판, 양은대야 등을 가지고 나와 연탄 한 장이라도 더 구하기 위해 가게 앞에 하루 종일 길게 줄을 서기도 했다.

연탄의 전성시대는 1980년대 중반부터 서서히 저물기 시작했다. 아시안게임과 올림픽을 준비하던 정부로서는 대기질 개선의 필요성을 절감했고, 연탄 대신 석유나 가스를 연료로 사용하도록 했다.

2000년대 중반 고유가로 인해 상대적으로 저렴한 연탄 수요가 증가하면서 110만t 수준에서 230만t까지 연탄 수요량이 급증하기도 했으나 이후 다시 감소해 현재까지 지속되고 있다. 이제 연탄은 과거를 상징하는 존재가 됐다.

대한석탄공사에 따르면 현재 채굴되고 있는 곳은 공사 산하 장성과 도계, 화순 광산 3곳과 민간 경동광업소 1곳을 합쳐 4곳이다. 대한석탄공사 비서홍보팀 권준영 씨는 "석탄 1t으로 3.6kg 연탄 277장을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연탄공장은 대구에는 없고 경북에 상주(3개)를 비롯해 영주, 문경, 예천(2개), 경주, 김천, 의성(1개) 등 12개 업체가 있다.

1970년대 수레를 이용해 연탄을 배달하고 있다. 매일신문DB 1970년대 수레를 이용해 연탄을 배달하고 있다. 매일신문DB

◆기름·가스에 비해 싼 연탄

연탄은 잘 타게 하려고 위 아래로 통하는 공기 구멍이 여러개 뚫려 있어 '구공탄' 또는 '구멍탄'이라고도 불린다. 해방을 전후해 생산된 연탄의 구멍수는 19개였고 '19공탄'을 줄여 '구공탄'이나 '구멍탄'이라 불리기 시작했다. 현재는 구멍 수에 관계없이 구멍이 여럿 뚫린 연탄을 두루 이르는 말이 됐다.

연탄은 뚫린 구멍의 수에 따라 여러 종류가 있다. 19공탄, 22공탄, 23공탄, 25공탄, 31공탄, 32공탄, 49공탄 등이다. 구멍 수가 많으면 불이 잘 붙고 화력도 세다.

연탄은 크기에 따라 1~5호로 구분하는데 가정용으로는 2호(지름 150㎜, 높이 142㎜)가 가장 많이 사용된다. 현재 국내에서 사용되는 연탄은 한 장의 무게가 3.6㎏ 정도다. 연탄 한 장은 지름 15㎝, 높이 14.2㎝ 정도이다. 문경연탄 한 관계자는 "연탄을 사용하면 기름이나 가스를 사용하는 것에 비해 40% 정도 싸다"고 말했다.

한 가정집에서 주부가 연탄을 갈고 있다. 매일신문 DB 한 가정집에서 주부가 연탄을 갈고 있다. 매일신문 DB

◆죽음을 부르는 연탄 가스

연탄가스는 골칫거리였다. 겨울이면 연탄가스 중독사고가 끊이지 않았다. 일가족 네댓 명이 한꺼번에 목숨을 잃는 것은 다반사였고 같은 집에서 하숙하던 학생들이 떼죽음을 당하기도 했다. 심지어 부엌문을 잠그고 밥을 먹던 아이나 부엌에서 목욕하던 어른이 연탄가스에 중독돼 사망한 사건도 일어났다.

당시 난방은 연탄아궁이의 열기가 방바닥에 깔린 구들장 밑을 지나면서 방을 데우는 방식이었다. 흙으로 바른 구들장이 깨지고 갈라진 곳이나 벽 틈으로 여러 가지 유해물질과 일산화탄소가 새어나오는 일이 많았다. 특히 잠을 잘 때 사고가 많이 난 이유는 때가 되면 갈아야 하는, 연탄의 속성이 한몫했다.

연탄가스 사고 사망자는 1968년 한 해에 350여 명이 숨졌다. 1973년에는 580명으로 늘었고 1976년에는 절정에 이르러 1천13명이 사망했다. 사망자가 급증하자 전국 규모의 대책기구를 설립하고 1980년부터는 연탄가스주의보를 매일 밤 방송뉴스로 내보냈다. 아궁이 시공자나 미장공이 구속되기도 했다. 연간 수백 명씩 가스중독으로 사망하자 연탄은 '살인탄', '검은 사신', '겨울철 살인복병' 등 오명을 얻었다.

◆밥상공동체·대구연탄은행 나눔 캠페인 "따뜻한 하루 선물하세요"

밥상공동체·대구연탄은행은 내년 4월 말까지 '따스한 온기를 나눠요'란 연탄나눔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전국적으로 10만여 가구가 겨울철 난방을 위해 연탄을 사용하고 있다. 대부분 저소득층, 노인가구 등 소외계층이다. 밥상공동체연탄은행과 연탄은행전국협의회에 따르면 올해 기준 연탄을 사용하는 10만 347가구에 달한다. 대구 2천166가구, 경북은 이보다 많은 2만9천848가구나 된다. 대구연탄은행 박주석(목사) 부대표는 "연탄을 사용하는 분들은 모두 어려운 계층"이라며 "고령에 각종 질환으로 생계 활동이 어려운 사람들에게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의 연탄은 아직도 필요한 존재"라고 말했다.

박 부대표는 연탄 1장에 800원, 하루 3~4장이면 따뜻한 하루를 보낼 수 있다고 했다. 박 부대표는 "연탄 쿠폰으로는 내년 4월까지 버티기 힘들고 기부도 초반에만 이어지기 때문에 통상 2월 이후가 문제"라며 "연말을 맞아 주위에 추위에 떨고 있는 이들이 없는지 한번 돌아보기 바란다"고 말했다.

◇후원계좌 : 대구은행 505-10-100897-0·새마을금고 9002-1781-4568-6(예금주: 대구연탄은행)

◇문의: 053)551-9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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