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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칼럼] 누구를 위한 탈원전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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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일 오후 경북 경주시 양남면 월성원자력발전소에 운전이 영구정지된 월성 1호기가 보이고 있다. 김영진 기자 kyjmaeil@imaeil.com 지난 20일 오후 경북 경주시 양남면 월성원자력발전소에 운전이 영구정지된 월성 1호기가 보이고 있다. 김영진 기자 kyjmaeil@imaeil.com
정창룡 논설주간 정창룡 논설주간

원자력 발전소를 짓는 기술은 핵폭탄 제조 기술과 비교할 수 없다. 원전은 적어도 200만개의 부품이 얽히고설킨 하이테크 기술의 집합체다. 반면 핵폭탄은 70년을 훌쩍 넘긴 낡은 기술이다. 원료만 있으면 실험실 시뮬레이션만으로 만들 수 있다. 북한이 6차례 핵실험을 해 폭탄은 만들었을지 모르나 원전을 지을 능력은 없다.


독자적으로 원전을 만들고 수출도 하는 나라는 극소수다. 핵보유국인 러시아와 프랑스, 중국 정도다. 여기에 핵보유국이 아닌 한국이 더해진다. 우리나라는 세계가 인정하는 최고의 기술력을 갖췄다. UAE 바라카 원전에 사용한 APR1400 원자로형은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NRC)의 설계 인증과 유럽 사업자 요건을 모두 얻었다. 이는 자기들 땅에 원전을 지어도 좋다는 인증이다. 그만큼 우리 원전기술의 안전성을 인정한 것이다.


후쿠시마 원전사고를 계기로 거세던 탈원전 바람은 숙지고 있다. 세계는 다시 원자력이란 에너지원에 주목하고 있다. 여기엔 '원자력만큼 안전하고 질 좋은 에너지원이 없다'는 과학적 판단이 자리해 있다. 미국은 오바마정부 시절 이미 신규 원전을 허가했다. 트럼프 정부는 이를 뒤집지 않았다. 오히려 릭 페리는 에너지부 장관 시절 "원전을 다시 매력적으로 만들겠다"며 기염을 토했다. 윌버 로스 상무부장관은 "원자력은 에너지 정책의 필수로 남아야 한다"고 거들었다. 일본에 "원전산업의 르네상스를 이끌자"고 제안까지 했다. 프랑스는 가동 중인 원자로를 보수하는 '그랑 카레나쥬(Grand Carénage)' 프로젝트를 실행중이다. 6기의 원전을 새로 짓기로 했다. APR1400의 경쟁상대인 EPR 원자로는 이렇게 경쟁력을 키우고 있다. 중국은 '원전굴기'에 속도를 내고 있다. 2060년 원자력과 재생에너지 발전량을 배로 늘리기로 했다. 현재 48기의 원전을 운영중이고 12기를 건설중이며 40기를 추가할 계획이다. 일본도 원전 가동을 재개했다. 러시아는 2030년까지 원전 21기 추가 건설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한반도를 에워싼 어느 강대국도 '원전의 역할'에 주목하지 탈원전을 말하지 않는다.


우리나라만 뒷걸음 치고 있다. "월성 1호기를 계속 돌리는게 말이 되냐"는 한마디에 경제성을 조작하면서까지 폐쇄를 결정한 사실이 드러났지만 정부는 요지부동이다.


원래 북한은 산림대국이었다. 하지만 오늘날 북의 임목축적량은 남의 1/3도 되지 않는다. 1970년 10㎥/ha에 불과하던 우리나라의 임목축적량은 2018년 154㎥/ha로 15배이상 증가한 반면 북한은 1990년 국토면적의 68%에 달하던 산림이 2010년엔 47% 수준까지 떨어졌다. 승부는 원전에서 갈렸다. 우리나라는 일찌감치 원전 건설을 통해 안정된 에너지원을 확보한 반면 북은 핵 개발에만 매달리며 원전을 등한시했다. 북은 아직 에너지원을 땔감에 의존한다.


전문가일수록 원전의 안전성을 의심하지 않는다. 공부를 한 사람일수록 원전의 공포에서 멀어진다. 원전 공포가 극에 달하던 시절 신고리 5.6호기 공론화위원회의 471명 시민참여단이 3개월간에 걸친 숙의 끝에 건설재개 결정을 내린 것은 좋은 본보기다. 최근엔 월성원전 맥스터 증설여부를 두고 3주간 숙의 과정을 거친 145명의 주민들이 비슷한 결정을 했다.


세계는 원자력을 필요로 한다. 스티븐 핑커 하버드대 교수는 "원자력은 세계를 구할 수 있다"고 했다. 실제로 은퇴후 에너지 전도사로 변신한 마이크로소프트의 창업자 빌 게이츠가 세운 가장 큰 목표는 "인류를 위한 안전한 에너지원을 확보하는 것"이고 그 핵심에 원자력이 있다. 우리나라는 이에 기여할 기술력을 갖추고 있다. 그 기술을 썩히려 들 뿐이다.


영화 한편 보고 영화와 현실을 혼동하는 사람. 북핵에 아무 소리 못하는 과거 이념에 물든 사람들이 원전 불안감을 부추긴다. 공부를 한 사람들은 탈원전이 아닌 보다 안전한 원전을 갈구한다. 우리 정부의 탈원전은 과연 누구를, 무엇을 위한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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