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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전의 설계자들/하세가와 쓰요시 지음/메디치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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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5년 태평양전쟁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얄타회담에 참석 중인 윈스턴 처칠(왼쪽부터) 영국 총리, 프랭클린 루스벨트 미국 대통령, 이오시프 스탈린 소련 공산당 서기장. 위키미디어 코먼스 1945년 태평양전쟁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얄타회담에 참석 중인 윈스턴 처칠(왼쪽부터) 영국 총리, 프랭클린 루스벨트 미국 대통령, 이오시프 스탈린 소련 공산당 서기장. 위키미디어 코먼스

우리가 알고 있는 태평양 전쟁의 끝은 1945년 8월 15일이었다. 그해 8월 6일과 9일 두차례 원폭, 그리고 8월 15일 일본의 항복 선언이 있었다. 9월 2일 미주리호 함상에서 맥아더 연합국 최고사령관이 지켜보는 가운데 항복문서 조인식이 있었다. 그렇게 태평양전쟁은 일본의 패배로 막을 내렸다. 하지만 다른 시각도 있다. 일본 대표단이 항복문서에 서명한 뒤에 쿠릴열도를 점령하기 위한 스탈린이 작전이 계속됐고, 태평양전쟁이 실제로 종결된 것은 소련이 쿠릴작전을 완수한 9월 5일이라는 것이다.

하세가와 쓰요시는 미국과 소련, 일본이 치열하게 싸운 전쟁의 마지막 4개월을 이야기를 '종전의 설계자들'을 통해 담아냈다.

◆미국의 원폭 VS 소련의 참전

2005년 미국에서 처음 출간된 이 책은 역사학계를 발칵 뒤집어놓았다. 일본을 항복하게 만든 것이 미국의 원폭이었다는 '미국의 종전 신화'를 부정하고, 소련의 태평양전쟁 참전이 결정적이었다고 주장하기 때문이다.

책은 태평양전쟁에서 일본 항복의 역사를 미국과 소련이 서로 의심하는 가운데 아시아에서 이권을 확대하기 위한 경쟁이라 설명한다. 루스벨트, 처칠, 스탈린 세 정상은 1945년 2월 11일 얄타에서 극동 문제를 논의했다. 소련의 대일전 참전에 대한 보상조건에 대해 미국와 소련은 서로 협의했고, '얄타밀약'으로 알려진 두 정상 사이의 약속은 이후 전쟁 종결 과정에서 벌어진 당사국들 사이의 치열한 각축과 암투를 예고하는 것이었다.

1945년 4월 미국에서는 루스벨트의 갑작스러운 사망으로 부통령 트루먼이 제33대 대통령에 취임했고, 소련은 태평양전쟁에 참전할 시기와 방법을 조율하고 있었다. 책은 대일 전쟁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스탈린과 트루먼이 벌인 복잡한 암투, 전황이 불리해질수록 소련의 중립에 사활을 걸었던 일본의 패착과 그런 일본의 상황을 전쟁 준비 전까지 교묘하게 이용하려 한 소련의 책략, 그리고 일본 내부에서 하루빨리 전쟁을 종결시키려 했던 화평파와 끝까지 적의 침공에 맞서 싸우겠다는 계전파의 각축을 그려내고 있다.

◆태평양 전쟁이 남긴 부정적 유산

일본의 패전까지 각국의 군사, 외교, 정치 지도자들은 설전을 벌였다. 미국은 일본에 최후통첩을 보내기 전 천황제 폐지까지 함축하는 '무조건 항복'을 주장하는 이들과 전쟁을 빨리 종결짓기 위해서라도 항복 조건을 완화해야한다는 이들이 맞섰다. 소련은 일본과 맺은 중립조약의 구속에서 어떻게 벗어날 것인가, 얄타밀약의 전제조건인 중국과의 교섭을 어떻게 성사시킬 것인가를 두고 골머리를 앓았다.

7월 17일 트루먼, 스탈린, 처칠이 태평양전쟁 종결에 대한 의견을 나누기 위해 포츠담에 모였다. 여기서 일본에 대한 최후통첩인 '포츠담 선언'이 나왔다. 트루먼은 이 때 원폭실험 성공 소식을 듣고, 소련의 참전 없이도 전쟁에서 이길 수 있다는 확신이 생겼고, 선언문 서명을 거부했다.

이후 트루먼과 스탈린은 다름 움직임을 보였다. 미국은 소련의 도움없이 원폭만으로 일본에 항복을 받아내길 원했고, 원폭 투하 전 일본이 항복하는 일이 없도록 최후통첩을 했다. 반면 소련은 자신들이 참전하기 전 일본이 항복하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피하기 위해 치밀한 외교전을 펼쳤다.

8월 6일 히로시마에 원폭이 투하됐다. 이틀 뒤 소련이 선전포고문을 낭독했고, 미국의 두 번째 원폭을 실은 전투기가 이륙했다. 결국 소련은 얄타에서 약속받은 이권을 챙겼고, 미국은 소련의 팽창을 막을 방어막으로 일반명령 1호를 발령해 38도선 이남을 지켰다. 태평양전쟁의 마지막 장이 새로운 전쟁, 즉 냉전의 서막으로 접어드는 순간이었다.

지은이는 태평양전쟁 종결의 부정적 유산에 대해 언급한다. 인류애 자체를 시험하게 만든 원폭과 북방영토 문제, 그리고 전쟁에 대한 책임 대신 스스로를 피해자화한 일본의 역사의식이 그것이다. 여기에 한반도의 분단도 덧붙여진다. 책 곳곳에서 미국과 소련 사이를 오고 간 한반도의 운명이 등장한다. 720쪽, 3만3천원.

▷지은이 하세가와 쓰요시는 도쿄에서 태어나 도쿄대 교양학부를 졸업한 뒤 워싱턴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캘리포니아대 샌타바버라 캠퍼스 역사학과에서 오랫동안 학생들을 가르쳤으며 현재는 동 대학 명예교수이다. 러시아사를 전공한 일본계 미국인이라는 독특한 이력을 바탕으로 국제정치 관점에서 러시아사와 전후 냉전사를 연구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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