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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준의 대담] 한미FTA 김현종 前 통상교섭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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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란듯이 캐나다와 먼저 FTA 협상…깜짝 놀란 미국 손 내밀어"

김현종(56), 아버지가 외교관이었던 그는 열 살이 채 안 되어서부터 외국서 살았다. 미국 변호사에 미국 박사(컬럼비아 대학)이기도 하고 변호사가 된 뒤 약 4년간 미국 법무법인에서 근무했다. 서른인 1989년에 귀국, 법무법인과 대학(홍익대 교수)에서 일했으나 이후 다시 세계무역기구(WTO)의 법률자문관 일을 했다.

당선인 시절 그를 처음 만난 노무현 대통령은 처음부터 그를 높이 샀다. 각국의 이해관계를 꿰뚫어 보는 눈과 상대를 누르고 설득하는 담력과 끈질김, 그리고 나라의 현실과 장래에 대한 고민을 보았기 때문이다. 대통령이 되자 그를 바로 통상교섭조정관(차관보)으로 불렀고, 그 이듬해에는 우리 측 통상장관인 통상교섭본부장에 임명했다.

신임도 대단했다. 통상교섭에 관한 한 그야말로 전권을 부여했다. 한미FTA도 대통령의 이러한 신임과 협상가로서의 그의 실력과 기질이 만들어 낸 결과였다. 그의 나이 45~46세 때의 이야기이다.

그는 그 자신을 협상가라 부른다. 한미FTA와 지난해 11월 타결된 한중FTA, 그리고 현안이 되어 있는 TPP(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 등에 관한 이야기를 들어보기 위해 그와 자리를 함께했다. 먼저 협상가는 어떤 사람이고, 또 어떠해야 하는지를 물어보았다.

◇협상가의 자질

김현종: 협상가는 우선 상대방에게 예측 불가능해야 한다. 예측 가능해지는 순간 백전백패한다. 때로 속마음과 180도 다른 이야기를 하는 경우도 많다. 또 상대가 상상할 수 없는 카드를 던질 수 있어야 한다. 그러려면 고급정보를 가지고 있어야 하고, 또 이를 위해서는 내가 많이 알아야 한다. 관료들만 해도 장관이 어느 정도 알고 있느냐에 따라 딱 그 수준의 정보만 제공하곤 한다.

김병준: 예측 불가능해야 한다고 했는데, 전략적으로 하는 언행을 국민들은 진짜로 받아들여 비판하곤 한다. 한미FTA에서도 그런 일이 꽤 있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김현종: 감수할 수밖에 없는 일이다. 그런데 한미FTA를 이야기하기 전에 왜 FTA인가를 먼저 좀 설명했으면 한다. 통상협상은 WTO처럼 다자체제로 해도 되고, FTA처럼 양자체제로 해도 된다. 그런데 WTO는 말이 좋아 다자이지 실제로는 미국 EU 인도 브라질만 합의되면 끝난다. 우리는 목소리를 낼 수가 없다. 그러나 양자인 FTA에서는 우리가 주도권을 쥘 수도 있다. WTO에서 일을 하면서 이 체제를 벗어나야 우리가 산다는 생각을 했다. 즉 동시다발의 FTA를 생각했다.

김병준: 그러나 문제는 상대국이 우리 뜻대로 따라오느냐이다. 미국만 해도 우리와의 FTA를 깊이 생각하지 않고 있었다.

김현종: 그렇다. 미국과 BIT, 즉 양자투자협정이 시도되었다 안 된 적이 있었다. 멕시코 칸쿤에서 다자무역협상을 시도한 적이 있었는데, 그것도 잘 안 되었다. 미국 시각에서는 이런 것도 못하면서 FTA를 어떻게 하겠느냐는 시각이 있었다. 우리를 통상 분야 플레이어로 인정하지 않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우리가 먼저 매달릴 수도 없었다. 매달리면 더 많은 것을 내어 놓아야 하지 않나.

김병준: 바로 그런 부분에서 협상가로서의 전략이 필요한데, 당시 상당히 치밀하게 움직였던 것으로 기억된다.

김현종: 미국 쪽에는 오히려 별 관심이 없는 척했다. 오히려 개방체제가 가져올 국내문제가 만만치 않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캐나다를 설득했다. 캐나다와 FTA를 하게 되면 미국이 자극받을 것이라 생각했다. 농산물만 해도 캐나다 농산물이 한국에서 먼저 팔리게 되는 것을 미국의 농촌지역 상원의원들이 보고만 있겠나. 캐나다와 합의를 본 뒤 미국 쪽에 슬쩍 그 사실을 흘렸다. 아니나 다를까. 미국 쪽이 깜짝 놀라며 왜 미국에 먼저 제안하지 않았나를 물어왔고, 이후 칠레에서 열린 APEC 회의에서 우리에게 먼저 제안을 해 오게 되었다.

김병준: 체결 이후의 무역흑자 등으로 보면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김현종: 그렇다. 한미FTA 발효 이전인 2011년 대미 무역흑자는 116억달러였다. 그것이 발효 이후인 2013년에는 205억달러, 그리고 2014년 1월부터 10월까지 206억달러, 이렇게 늘었다. 농업 분야에서도 큰 피해는 없다. 우려했던 소고기도, 한우의 시장 점유율이 2012년 48%, 2013년 50%였다. 한미FTA 비준 전과 비슷하다. 미국은 많이 손해를 봤다는 입장이고, 우리 협상가들은 표정 관리를 하고 다닌다.

◇FTA 이후에는 내치

김병준: 그러나 FTA를 하지 않아도 그 정도는 늘 수 있었다는 지적이 있다.

김현종: 문제가 있을 수는 있다. 그러나 그런 문제는 내치로 풀어 가야 할 문제이다. 고래들 사이에서 새우가 아니라 돌고래로 변신해야 하는 상황이다. 또 수치로 계산이 안 되는 이익도 많다. 예컨대 G-20 회의 참여국을 정할 때 미국 무역대표부가 미국과 FTA를 체결한 한국이 포함되어야 한다고 주장을 했다.

김병준: 내치문제는 정말 중요한 문제이다. 한미FTA는 축복도 아니고 저주도 아니다. 하지 않을 수 없으니 하는 것이다. 그 뒤는 우리가 어떻게 하느냐에 달려 있다. 개방에 따른 구조조정이 있어야 하고, 또 이를 위해서는 평생교육체제를 강화하는 등의 노력을 해야 한다. 공무원들의 정책적 역량을 강화하는 일도 중요하다. 그런데 이런 노력들이 약해 유감이다. 한쪽은 개방을 축복이라 손을 놓고 있고, 다른 한쪽은 반대하느라 실제 챙겨야 할 일이 무엇인지도 모르고 있다.

김현종: FTA가 만병통치약이 아니라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다시 한 번 내치문제를 강조하고 싶다. 와인만 해도 관세가 줄면서 수입원가가 줄었는데도 소비자 가격은 여전하다.

김병준: 한EU FTA에서도 전략적인 접근을 한 것으로 알고 있다. EU 역시 우리와의 FTA에 별 관심이 없었지 않았나?

김현종: 로마와 파리 등의 로맨틱한 모습과 달리 이들 국가들은 대단히 현실적인 사고를 한다. 계산도 빠르다. 처음 FTA 문제를 꺼냈을 때 이들의 반응은 차가웠다. 이제 겨우 칠레와의 FTA 정도를 성사시킨 국가가 감히 EU에 그런 제안을 하느냐는 식이었다. "WTO에서 하는 DDA협상에나 신경 쓰라." 일종의 훈계조였다. 결국 EU를 자극하기 위해 그 주변국들, 즉 EU 비가입 유럽 국가들인 스위스 노르웨이 리히텐슈타인 아이슬란드 등을 먼저 두드렸고 6개월 만에 이들과 FTA협정을 타결했다. EU가 우리를 무시하지 못할 상황이 된 것이다.

◇한중 FTA는

김병준: 한중FTA에 대한 걱정이 있다. 다행히 농산물은 제외가 되었다. 하지만 최근 중국의 자본축적 규모나 기술혁신의 속도가 놀랄 만큼 크고 빠르다. 괜찮겠나?

김현종: 사실 10~15년 후 통일된 대한민국에서나 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오히려 중국의 성장이 너무 빨라 당길 수밖에 없다는 생각을 한다. 이 시장을 놓칠 수 없지 않은가. 결과도 좋을 것이라 생각한다. 수출의 경우 관세 즉시 철폐로 연간 87억달러, 10년 이내에는 458억달러의 효과가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협상 자체도 균형이 잘 잡혀 있다고 생각한다. 농산물에 있어 특히 방어를 잘했다.

김병준: 그래도 중국의 기술혁신 속도가 빨라 걱정이다. 벌써 중국의 휴대폰들이 우리 시장을 두들기고 있다. 게다가 중간재들에 있어서도 한국이 진출할 수 있는 길이 점점 좁아지고 있다.

김현종: 이 역시 우리가 어떻게 하느냐에 달려있다. 재벌들만 해도 3, 4세대들이 잘해 주어야 한다. 벤처정신을 발휘해서 중국기업들과 경쟁을 해 나가야 한다. 국가도 개발만 강조할 것이 아니라 특허를 사오는 것에 대해서 적극적인 자세를 보이는 등 새로운 생각을 해야 한다. 아울러 중국의 낮은 임금을 이길 수 있게 북한과의 경제협력을 강화하는 것도 중요하다. 개성공단 같은 것을 우리 쪽에 설치하는 것 등에 대해서도 생각해 볼 수 있다.

김병준: 참여정부 때 그 구상을 한 적이 있다. 즉 북한 사람들을 남쪽지역으로 오게 해서 생산하는 방법이었다. 개성공단부터 성공시켜야 된다는 입장 때문에 강하게 추진하지 못했다. 북한 쪽 입장을 알 수 없기도 했고.

김현종: 한중FTA에 있어 아쉬운 측면이 있다. 중국은 FTA를 정치적인 차원에서 한다. 즉 국경을 맞댄 14개 국가에 대한 영향력을 강화하는 것 등을 생각한다. 중국의 이런 입장을 우리가 활용할 수는 없었을까? 이를테면 무역대금 결제를 원화 위안화로 하게 하는 등, 위안화를 기축통화 만들고 싶어 하는 중국 쪽 요구를 들어주면서 우리 것을 더 챙기는 일 같은 것 말이다.

김병준: 미국이 가만 보고 있겠나. 당장에 우리 정부에 압력을 가해올 것이다.

김현종: 앞서 이야기했지만 우리도 독자적인 노선을 걸을 수 있어야 한다. 돌고래로 변신하기 위해서는 그래야 한다. 우리가 어떤 전략으로 접근하느냐에 따라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중국은 한반도에 대해 사활이 걸린 이해관계를 가지고 있다. 우리가 이를 잘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

◇TPP는 우리가 갑이다

김병준: TPP 이야기를 좀 하자. 무역협회장을 비롯해 적지 않은 사람들이 정부에 TPP를 빨리하라고 주문하고 있다. 어떻게 이해해야 하나? 그분들 이야기가 일본하고 우리하고 산업구조나 수출품목이 비슷한데 일본은 들어가고 우리가 들어가지 않으면 큰일난다고 한다.

김현종: TPP 12개국이라 하지만 경제규모를 보면 일본과 미국이 90%를 차지한다. 사실상 미일FTA이다. 우리는 이미 미국과 FTA를 했다. 일본이 아닌 우리가 갑이다. 들어가지 않을 이유도 없지만 입장료를 비싸게 내고 들어갈 이유가 없다. 일부에서는 그 효과가 클 것이라 이야기하지만 근거가 없다.

김병준: 지난 한 해 대구를 자주 간 것으로 알고 있는데 어떻던가?

김현종: 부산보다 발전 못 했더라. 거시적인 비전을 가질 필요가 있다. 예컨대 원전사고 이후 갈 곳이 마땅치 않은 일본의 부품소재 기업 등을 유치하는 문제 등도 생각해 볼 수 있지 않겠나.

김병준: 앞서 내치를 이야기했는데 이 부분에 좀 더 신경을 써 정말 우리가 생각한 결과가 있으면 한다.

김현종: FTA도 결국 우리의 볼륨을 키우고 열강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자는 뜻을 담고 있다. 수나라를 물리쳤던 고구려의 힘이 우리에게는 없다. 강대국에 의존해 오면서 없어져 버린 것이다. 자주적인 역량을 키우며 살아야 한다. 역사적 교훈이 있다. 김옥균은 시대적 통찰력은 있었으나 정치력이 없었다. 대원군은 정치력은 있었지만 위대한 뜻이 없었다. 전봉준은 위대한 뜻과 힘은 있었지만 시대적 통찰력이 없었다. 우리는 역사의 흐름을 정확히 판단하고 패권국가들이 동북아지역에서 추구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거시 미시 차원에서 모두 파악한 다음, 우리 민족이 우리의 미래를 결정할 수 있는 힘을 키워나가야 한다. 개방의 판을 그렇게 만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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