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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위안부 합의 바른 처리 방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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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위안부 합의와 관련하여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9일 "2015년 합의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의 진정한 문제 해결이 될 수 없다"고 하면서도 "2015년 합의가 양국 간의 공식 합의였다는 사실은 부인할 수 없다"며 일본 정부에 재협상을 요구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문재인 대통령이 후보시절 공약사항으로 위안부 합의 재협상을 내세웠고, 위안부 합의 검토 태스크포스(TF)는 합의 과정상 문제가 있음을 지적하였음에도 불구하고, 강 장관이 재협상을 요구하지 않겠다고 발표한 것은 일본과의 외교관계를 고려치 않을 수 없는 정부의 현실적 고민이 읽히는 대목이다.

그러나 이번 위안부 합의를 다루는 과정을 보면 기시감을 떨쳐 버릴 수 없다. 사드 배치 합의 과정에서 절차적 정당성이 훼손되었다며 사드 배치를 지연시키다가 중국뿐만 아니라 동맹국 미국의 신뢰도 손상시켰다. 최근에는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의 아랍에미리트(UAE) 방문을 두고 온갖 의혹이 다 제기되었는데, 전전 정권하에서 있었던 원전수주과정에서의 군사협력 약속에 대하여 문제를 제기하였다가 UAE 측의 반발에 직면, 이를 수습하기 위한 것이었다는 설명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 세 가지 사안의 공통점은 전 정권이 맺은 국가 간 합의에 이의를 제기하였다가 아무런 소득 없이 국가 신뢰도에 흠집만 냈다는 것이다.

개인 관계에서도 그렇지만 특히 국가 간 관계에서 신뢰만큼 중요한 것이 없다. 흔히 외교관을 공인된 거짓말쟁이로 묘사하지만, 실제로는 외교관이 신뢰성을 잃으면 외교가에서 발 디딜 곳이 없게 된다. 외교관은 공정한 거래뿐 아니라 국익을 위하여 때로는 비도덕적인 거래를 해야 할 때도 있다. 외교관이 이러한 협상을 할 수 있는 것은 상대방이 비밀을 지켜 줄 것이라는 신뢰가 전제되기 때문이다. 외교문서를 30년 내지 50년씩 비공개로 유지하는 것도 바로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위안부 합의가 이루어진 지 2년도 안 된 시점에서 일반 민간인이 포함된 TF가 합의 과정을 다 조사하고 협상 과정을 만천하에 공개하였으니, 앞으로 어떤 나라가 대한민국 외교관을 믿고 협상을 하려고 할 것인지 우려가 되지 않을 수 없다.

위안부 합의 조사 TF는 정대협 설득과 주한일본대사관 소녀상 이전, 제3국 위안부 기림비 건립, '성노예' 단어 사용 등과 관련한 이면 합의가 있었다고 발표했다. 일본 측의 이러한 요청에 우리 측이 기존 입장을 밝힌 것이 이면합의에 해당되는지도 의문이지만, 실제 외교에서는 대외적으로 발표할 내용과 발표하지 않을 내용도 협상대상이 되는 경우가 빈번하다. 1961년 미·소 간 핵전쟁 직전까지 갔던 쿠바 미사일 위기는 미국의 쿠바 불침공 약속과 소련의 쿠바 배치 미사일 철수 합의로 해결되었다. 그러나 터키에 배치되었던 미국의 쥬피터 미사일 철수 합의는 소련과 직접 협상을 하였던 케네디 대통령의 동생 로버트 케네디 사후 비망록이 출간될 때까지 세상에 알려지지 않았다.

국가 간 합의는 상대방이 있기 때문에 국내절차상 하자를 갖고 합의를 저버릴 수는 없다. '약속은 지켜야 한다'(Pacta sunt servanda)는 법언은 국제사회에서도 거스를 수 없는 대명제다. 위안부 합의의 핵심은 '일본 총리의 사과와 최종적·불가역적 해결'이다. 위안부 합의 이후에도 아베 총리를 비롯한 일본 정치 지도자들은 사과의 진정성을 훼손하는 발언을 여러 차례 행하였다. 정부는 일본 정치 지도자들의 이러한 언행이야말로 합의 위반임을 지적하고, 이러한 언행이 반복될 경우 우리도 이 합의에 구속받지 않을 것임을 일측에 엄중 경고하는 것이 바람직한 위안부 합의 처리 방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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