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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심 못 읽으면 등 돌릴 수도…한국당에 옐로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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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전국 정당' 발돋움
"한국당, 경쟁력부터"

자유한국당이 13일 열린 제7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광역단체장 17석 중 과반(過半)은커녕 호언장담했던 6석에도 한참 못 미치는 성적표를 받으며 참패했다. 함께 치러진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도 4곳에서 승리할 것이라던 당초 자신들의 예상에 훨씬 못 미치는 결과가 나왔다. 이는 국정농단 사태에 따른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구속과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대안 없는 비판, 남북 정상회담을 "위장평화쇼"라고 평가절하하는 등 국민 정서와 동떨어진 독선(獨善)적 행태를 보인 데에 민심(民心)의 심판이 내려진 것으로 해석된다.

대구경북(TK)은 이러한 전국적 분위기와 달리 한국당에 지지를 보내며 대구시장, 경북도지사를 비롯한 단체장 33석 중 25석(14일 오전 1시 기준)을 안겨줬다. 하지만 한 발짝 더 들어가 보면 '결과는 다르지만, 방향은 전국적 흐름과 같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TK마저 보수정당과 진보 성향 정당의 득표율 차이가 과거와 비교해 크게 좁혀진 것이다.

◆한국당, 야당 심판 정서에 참패

한국당은 사상 최악의 패배를 맞았다. 지난해 대선 패배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이라는 특수 상황이 있었지만 이번 패배는 국민이 지난 1년 동안 야권의 행보를 심판했다는 점에서 상처가 더욱 크다.

한국당은 이번 선거에서 대구경북을 제외한 전 지역을 더불어민주당에 내주면서 2003년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역풍으로 궁지에 몰렸던 때보다도 더 큰 타격을 입었다. 당시 보수 야당은 개헌 저지선인 100석에도 못 미칠 것이란 전망이 많았지만 112석을 얻으며 선전했다.

2014년 6회 지방선거에서도 새누리당(지금의 한국당)과 새정치민주연합(지금의 민주당)은 광역시장 각 4석으로 동률을 이뤘다. 도지사는 새누리당이 4석을 차지하며 1석 뒤지는 성적표를 거뒀다. 새누리당은 기초단체장 226석 중 117석을 챙겨 승리했다.

불과 4년 만에 한국당은 처지가 볼품없게 쪼그라든 반면 민주당은 부산·울산·경남까지 승리하며 명실공히 '전국 정당'으로 발돋움했다. 이러한 결과는 홍준표 한국당 대표의 당내외를 가리지 않은 '막말 논란', 정치 쇄신 실패, 지도부 리더십 부재 탓으로 해석된다.

또한 한국당이 공식 선거운동 막판 '샤이 보수' 결집을 기대했으나 오히려 야당 심판 정서가 더 강하게 작용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한국당이 선거 국면 중반부터 문재인 정부의 경제 실정을 파고들었지만 역부족이었다. 한국당은 12일 열린 북미 정상회담 결과를 두고도 "대한민국 안보를 팽개쳤다"며 막판 보수층 유권자 마음 잡기에 나섰으나 호응을 얻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민심은 7일 공중파 방송 3사(KBS·MBC·SBS) 여론조사 등 각종 판세 전망을 통해 한국당이 대구경북을 제외한 모든 광역단체장 선거에서 민주당에 뒤지고 있다고 경고 신호를 보냈지만 홍 대표는 12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조작된 여론조사까지 판치는 비정상적인 (선거) 환경"이라 비난하며 민심과 동떨어진 인식을 드러냈다.

◆TK, 끝사랑 보여줬나?

"TK가 한국당에 마지막 사랑을 보여줬다고 봐야 합니다."

민주당은 이번 지방선거에서 보수 지지세가 강한 TK에서도 괄목할 만한 성과를 거뒀다. 14일 오전 1시 기준 임대윤 민주당 대구시장 후보(39.9%), 오중기 민주당 경북도지사 후보(31.0%)는 10~20%포인트(p) 차이로 한국당 후보에 뒤졌지만 역대 지방선거와 비교할 때 눈에 띄게 선전한 것으로 평가된다.

2010년 5회 지방선거에서 재선에 도전한 김범일 한나라당 대구시장 후보가 72.92% 지지를 받아 이승천 민주당 후보(16.86%)에게 압승했던데 비하면 격세지감 수준의 결과인 셈이다.

또한 첫 경북도지사 도전자끼리 맞붙은 2006년 열린 4회 지방선거에서 김관용 한나라당 후보가 76.80%를 득표하며 23.19%를 얻은 박명재 열린우리당 후보에게 압도적 승리를 거뒀던 것에 비하면 격차가 크게 좁혀진 결과다. 기초단체장 선거에서도 무소속 후보와 한국당 후보가 개표 과정에서 접전을 펼치거나 민주당 후보가 박빙 승부를 보이기도 했다.

정치권 관계자는 "TK가 더 이상 한국당에 무한 애정을 보이지 않겠다는 경고이자 마지막 남은 애정을 쏟은 것이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잎은 계절의 영향을 빨리 받아 낙엽이 되지만 뿌리는 변화가 더디고 현상이 미미하게 나타난다. 안동시장 선거에서 한국당 후보가 3위로 처지고, 구미시장ㆍ칠곡군수 선거에서 한국당과 민주당이 엎치락뒤치락하는 것은 '보수의 뿌리'에도 새로운 계절이 오고 있다는 방증이다"며 "이번에 득표율 격차를 보면서 TK 국회의원들은 2년 뒤 자기 선거 생각에 간담이 서늘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국당 관계자도 "개표 초기 민주당 후보가 1위로 나오는 곳이 있어 후보들로부터 '이러다 지는 것이 아니냐'며 불안해 하는 전화를 많이 받았다. TK도 지난 선거만큼 쉽지 않으리라 생각했지만 TK 선거에서 이런 경우는 처음 있는 일"이라며 "TK에서 개표를 20% 가까이했는데도 우리 당 후보가 '당선 확실'이 아닌 경우도 처음"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TK에서 이기긴 했지만 과거 70~80% 득표율에서 민주당으로 마음 떠난 사람이 많은 것은 뼈아픈 일"이라며 "세대별 분석이 나와봐야 알겠지만 60대 이상 충성 지지층이 있고 젊은 층이 적극투표층이 아니라 이긴 것이지 이 정도 격차는 여론조사 추이와 비슷한 결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시도민의 외침, "경쟁력을 갖춰라!"

대구경북 시도민은 이번 선거에서 경쟁력만 갖춘다면 보수 정당 깃발이 아니어도 '소중한 주권'을 행사할 수 있음을 보여줬다. 14일 오전 1시 기준 경북 기초단체장 7곳에서 한국당이 아닌 후보가 당선이 유력하거나 확실한 결과가 나왔기 때문이다.

전모(31·대구 달서구) 씨는 "개표 과정을 지켜보면서 지방의원 선거에서 잠깐이지만 민주당 후보가 앞서는 모습을 보면서 대구가 바뀌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며 "민주당이 좋고 잘해서라기 보다 한국당에 실망한 민심이 크게 작용한 것 같다"고 말했다.

임모(42·대구 달성군) 씨도 "개표 과정을 지켜보면서 민주당이 대구시장이나 다른 구청장 후보로 조금만 더 참신하고 경쟁력을 갖춘 인물을 냈더라면 이변이 벌어졌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대구경북이 보수 정당에 '묻지마 투표'를 하던 시대는 지나간 것 같다. 앞으로 한국당은 텃밭이라고 안일한 선거를 치러서도 안 되고, 민주당도 안 된다고 포기할 게 아니라 '한 표'가 아깝지 않은 후보를 내놓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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