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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읽은 책]전혜린과 데미안 '데미안', 헤르만 헤세, 북하우스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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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르만 헤세는 1차 세계 대전 당시 독일포로후원센터에서 근무하면서 이 책을 집필하였다. 그리고 전쟁이 멈춘 이듬해인 1919년, 에밀 싱클레어라는 가명으로 출판하여 그해 젊은 신인작가에게 주어지는 폰타네 상을 수상하였다.

"나는 나 자신 속에서 스스로 나오려는 것만을 살려고 시도했었다.

왜 그것은 그렇게도 어려운 일이었을까?"

'데미안'의 첫 구절을 전혜린의 유고집에서 먼저 보았다. 내 머릿속의 관념이 타인의 종이 위에서 오롯이 형체를 갖춘 것을 보고 전율하지 않을 수 없었다. 지금은 웃을 일이지만, 그녀가 번역한'데미안'을 찾기 위해 그 옛날 남문시장에서 대구역 지하도까지 헌책방이란 헌책방은 모조리 찾아 다녔다. 뜻밖에 전혜린의'데미안'은 친구네 학교 도서관에서 발견되어 필자의 손으로 들어왔다.

우은희 작 '전혜린의 무덤' 우은희 작 '전혜린의 무덤'

책은 아픈 만큼 성숙한다는 단순한 이야기가 아니기에 성장소설의 고전이라는 반열에 올라있다. 어느 시기에 누구나 한 번은 겪게 될 정신적 발달단계를 분석심리로 조명한 최초의 소설이다. 심층심리학에서 말하는 의식과 무의식을 아우르는 정신의 중심에는 자기가 있다. '자기'의 상징이 바로 데미안이다. '나'는 누구인가? 이 중요한 물음으로, '공사중'인 사춘기의 뇌는 정체성을 확립한다. 결코 간과하거나 여과될 수 없는 생의 골든타임. 무의식을 자각한다는 것은 여태까지 알고 있던 세계가 완전히 다르게 해석될 수 있다는 충격적인 사실이며, 기존의 세계를 파괴하고 새로운 정신세계를 구축하는 일이다. 이 과정에서 만나게 되는 데미안은 고뇌하고 방황하는 청춘들이 거치는 관문이며, 스스로 초월하여 도달한 성장의 결과이다.

우리나라에서'Demian'은 1955년 영웅출판사에서 펴낸 김요섭 번역의 '젊은 날의 고뇌'가 처음이다. '잠을 자던' 책을 1966년 문예출판사가 창업하면서 첫 책으로'데미안'-공짜에 가깝게 판권을 사다 제목만 되살린- 을 출판하였다. 5천 부를 넘기면 베스트셀러가 되던 시절에 1년 만에 5만 권을 판매했으니, 시쳇말로 대박을 친 것이다.(이미 1964년 신구문화사의 '노벨문학상전집' 헤세편에 전혜린의'데미안'이 실렸으나 전집류다 보니 일반 독자와는 거리가 있었고, 서점에는'젊은 날의 고뇌'가 있었지만 그것이'데미안'인 줄 몰랐던 것이다.) 이렇게 원래의 제목을 되찾은 것은 1965년 '문학춘추' 1월호에 실린 전혜린의 작품해설이 결정적이었다. '데미안은 하나의 이름, 하나의 개념, 하나의 이데아다. 우리 자신의 분신이다.' 그녀의 글이 젊은이들 마음속에서 막연히 형성되고 있는 어떤 것에다 확실한 명칭을 부여하고 의미와 방향을 제시했다는 말은 빈말이 아니며, 독일문학의 불모지에서 데미안의 이름을 찾아준 독일문학 번역의 초번(初番)임에 틀림없다. 흔적이 있는 한 망자는 완전히 망각되지 않는다, 무덤처럼.'Demian'(독일 유학시절 헤세에게 팬레터를 보낸 전혜린은 그로부터 수채화 한 장과 책을 선물 받았다.)탄생 100년에 전혜린을 생각한다. 서른한 살에 요절한 전혜린이 살아있다면 85세, 헤세가 스위스 몬타뇰라에서 세상을 떠난 그 나이다.

우은희 학이사 독서아카데미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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