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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불황시대를 사는 2030 리포트] <3>알바도 무한경쟁…그냥 아무 일이라도 좋으니 일자리 좀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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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통계청 발표 기준 실제 청년층이 체감하는 확장실업률(고용보조지표)은 25.1%로, 전년보다 1.1%포인트 늘어나면서 관련 통계 집계 이후 가장 높았다. 넷 중 한 명 이상이 '사실상 실업자'라는 얘기다.

더구나 2년 연속 최저임금이 가파르게 뛰어오르면서 알바 구하기조차 하늘의 별 따기가 됐다. 인건비가 부담스러운 고용주들이 주휴수당을 줘야 하는 '주 15시간 이상' 장시간 근무자보다 단시간 근무 형태로 사람을 고용하는 경우가 늘어난 것.

이 때문에 최근에는 10명 중 9명이 "알바 구직에도 어려움을 겪는다"고 답할 정도로 일자리 공급 자체가 꽁꽁 얼어붙었다. 10대 1의 좁은 문을 뚫어야 하는 극한 알바의 세계에 직접 들어가 봤다.

◆극한알바? 그냥 아무 일이라도 좋으니 일자리 좀 주세요.

기자는 지난 5월 1일부터 단기 알바를 구하기 위해 각종 알바 전문 앱들을 뒤지기 시작했다. 근로자의날에다 어린이날, 대체휴일까지 겹치며 하루치기 알바쯤이야 쉽게 찾을 수 있을 것이란 생각은 오산이었다. 특히 행사가 많은 시즌이다 보니 친근감 있게 다가설 수 있는 젊은 20대 여성을 구하는 구인 광고가 많았다.

시간이 아쉽고 주머니 사정 가벼운 취업준비생에게는 단기 극한 알바가 상대적으로 인기다. 특히 부작용 위험이 있어 '인체실험', '마루타 알바'라고도 불리는 임상시험이나 생물학적동등성(생동성)시험 알바는 속칭 '꿀알바'로 통해 경쟁률이 엄청나다.

이 과정에서 만난 A(29·경북 안동) 씨는 지난해 지난 1월부터 지금까지 전립선, 치매예방, 간기능, 혈압 개선 관련 약물 임상·생동성시험에 참가했다. 4회 연속 공무원 시험에 낙방하는 사이 모아뒀던 돈도 바닥난 탓이다.

A씨는 "첫 생동성시험 당시 4일간 병실에서 공부하면서 한 달 방세를 벌었다"며 "몸에 이상도 없는데 약을 먹어야 한다는 것이 찝찝하기는 하지만 이만한 알바가 없어 계속하고 있다"고 말했다.

기자는 차라리 좀 힘들더라도 몸 쓰는 일을 찾아야겠다 싶어 택배 상하차 일을 찾기 위해 약 10여 군데 업체에 지원서를 넣었다. 사흘 만에 겨우 전화 한 통이 걸려왔지만 통화를 놓치고 말았다. 곧장 다시 전화를 걸었지만 "이미 다른 사람에게 순번이 넘어갔다. 대기가 많아 바로 받지 않으면 어렵다"는 말만 들었다.

이후 일주일 만인 9일에야 겨우 일자리 하나를 얻을 수 있었다. 택배 상하차 업무는 충북 옥천, 대전 등 충청권에 몰려있는 물류 허브까지 가야 한다. 업체들은 단기 알바생 운송을 위한 셔틀버스까지 마련해 놓고 있었다.

지난 9일 오후 4시쯤 대구콘서트하우스 앞에는 야간 택배 알바를 기다리는 100여명의 남녀가 장사진을 치고 있었다.

서너번 이 일을 했다는 B(30) 씨는 "오후 7시부터 익일 오전 7시까지 야간 택배 상하차 일을 하고 12만원을 받는다"며 "일은 힘들어도 당장 하루 일해 돈을 손에 쥐니 요긴하다"고 했다.

택배업체 관계자는 "물류 허브 인력이 워낙 부족해 대구, 구미, 김천, 전북 익산 등에서도 온다"며 "20~30대 층이 가장 많다"고 귀띔했다.

하지만 어렵게 알바를 구해놓고도 쫓겨나는 신세가 됐다. 현장에 도착해 신원조회를 거치는 과정에서 기자란 사실이 탄로난 것.

업체 측은 "일할 사람을 뽑지, 취재는 사양"이라고 했다.

11일 오전 10시 이주형 기자가 폐비닐 용융작업장에서 폐비닐을 정리하고 있다. 정리한 폐비닐을 내려보내면 고온에 녹아 플라스틱 반죽이 만들어진다. 김영진 기자 11일 오전 10시 이주형 기자가 폐비닐 용융작업장에서 폐비닐을 정리하고 있다. 정리한 폐비닐을 내려보내면 고온에 녹아 플라스틱 반죽이 만들어진다. 김영진 기자

◆환경업체 폐비닐 용융작업 체험기

택배 상하차 일자리 구하기에 실패한 뒤 남들이 기피하는 일이라도 구해야 한다는 생각에 하루 12만원짜리 환경업체 폐비닐 용융작업에 지원했다. 고열에 고약한 냄새까지 견디며 일을 해야 한다는 말에 겁도 났지만, 알바 구하기가 바늘구멍인 세상에서 이게 어딘가 싶었다.

11일 오전 9시 구미의 한 공장에 도착하자 이미 작업이 한창 진행 중이었다. 기계에서는 '떡'이라고 부르는 폐비닐을 녹인 300℃ 고온 플라스틱 반죽이 쉴 새 없이 쏟아지고 있었다. 마치 가래떡이 나오는 것과 흡사한 모양이지만 진회색에 냄새가 고약해 쳐다보는 것만으로도 구역질이 났다.

비닐 녹는 냄새가 코를 찔렀지만 30분 만에 마스크를 벗어버렸다. 마스크가 땀에 절어 숨이 쉬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속이 메슥거려도 어쩔 수 없었다.

작업자들의 가쁜 숨소리가 요란하게 울리는 기계 소리에도 묻히지 않았다. 워낙 공정속도가 빠른 탓에 조금만 소홀했다간 반죽을 처리하기 어려워지는 탓이다.

플라스틱 반죽을 빠르게 끊어내야 해 쉴 틈이 없다. 공정상 화학 냄새가 심해 마스크 착용이 필요하지만 마스크 안이 땀으로 가득 차는 바람에 실제로는 착용하기가 어렵다. 김영진 기자 플라스틱 반죽을 빠르게 끊어내야 해 쉴 틈이 없다. 공정상 화학 냄새가 심해 마스크 착용이 필요하지만 마스크 안이 땀으로 가득 차는 바람에 실제로는 착용하기가 어렵다. 김영진 기자

2시간을 지속하니 허리를 들 수 없을 만큼 고통이 심했다. 덜덜 떨리는 팔다리에 흘러나온 반죽을 들지 못해 결국 기계를 써야 했다. 도망가고 싶은 생각이 절로 솟구쳤다. 이제서야 왜 '극한 알바'를 검색하면 '알바추노'(도망간 알바생을 쫓는다는 의미)가 연관검색어로 등장하는지 이해가 갔다.

업체 관계자 C(39) 씨는 "이런 고된 일자리라도 찾아오겠다는 젊은이들이 예전보다 늘어난 것을 보면 정말 알바 구하기조차 힘들다는 것을 체감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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