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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영대병원 네거리 CCTV 거치대 올라가 소동 벌인 이유 들어보니 …"제발 치료 좀 받게 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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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해서라도 내 답답한 이야기를 누가 좀 들어줬으면 하는 간절한 바람이었습니다."

12일 오전 6시쯤 A(42) 씨는 지난 2주 동안 준비했던 일을 실행에 옮겼다. 대구 남구 영대병원네거리 전봇대 이곳저곳에 자신의 사연을 적은 A4용지 프린트물을 붙인 뒤 10m 높이의 폐쇄회로(CC)TV 거치대를 오르기 시작한 것.

거치대에 오른 그는 '살게 해달라. 사비라도(사비를 들여서라도) 수술하게 해달라'는 내용의 현수막과 함께, 마치 교수형을 당한 것처럼 섬뜩하게 보이는 사람 모형을 내걸기도 했다.

12일 오전 한 시민이 대구 남구 영대병원네거리 CCTV 타워에 올라가 사람인형(모자이크)을 메달아 놓고 극단적 선택을 암시하며 시위를 벌이고 있다. 김영진 기자 kyjmaeil@imaeil.com 12일 오전 한 시민이 대구 남구 영대병원네거리 CCTV 타워에 올라가 사람인형(모자이크)을 메달아 놓고 극단적 선택을 암시하며 시위를 벌이고 있다. 김영진 기자 kyjmaeil@imaeil.com

◆출근길 시민들, 내걸린 사람 모형에 아연실색

A씨는 "물의를 일으킨다는 죄책감에 괴로웠지만, 내 이야기를 세상에 알릴 길이 이 방법뿐이라는 생각에 죽음도 무릅쓴 것"이라며 "신문지로 속을 채운 사람 모형은 직접 만들었다. 이것을 매단 것은 처량한 내 처지를 대변해 주는 것 같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출근길에 나섰던 시민들은 A씨를 발견하고 아연실색했다. 특히 그가 매달아 놓은 사람 모형이 진짜 사람처럼 보였던 탓이다. 이 광경은 SNS 등을 통해 "사람이 목을 매 죽었다"는 잘못된 소식으로 퍼져나가기도 했다.

오전 8시 30분쯤 이곳을 지나갔던 정윤혁(38) 씨는 "운전하면서 멀리서부터 봤는데 처음에는 정말 누군가 목을 매달고 죽은 줄만 알고 소름이 끼쳤다"며 "그 후에 현수막과 함께 '살게 해달라'는 글귀와 거치대 위의 사람이 눈에 들어와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다"고 말했다.

A씨는 경찰과 소방당국의 끈질긴 설득 끝에 6시간 만인 정오쯤 사다리차를 이용해 거치대에서 내려왔다. 오전 7시 50분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과 소방관들은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CCTV 거치대 아래에는 에어매트를 설치하고, 인근 교통도 일부 통제했으며 사다리차와 구급차를 대기시키는 등 군사 작전을 방불케 하는 대비를 했다.

경찰은 A씨의 휴대전화로 계속 소통을 시도했다. 경찰 관계자는 "처음에는 A씨가 많이 흥분한 상태여서 감정적으로 안정을 취할 수 있게 했고, 그의 사연을 듣고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하 심평원) 관계자를 불러 상황을 해결해보자고 설득해 결국 안전하게 내려올 수 있었다"면서 "조사 후 관련 법을 검토해 처벌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12일 오전 한 시민이 대구 남구 영대병원네거리 CCTV 타워에 올라가 극단적 선택을 암시하며 시위를 벌이자 긴급 출동한 소방관계자가 시민을 진정시키고 있다. 김영진 기자 kyjmaeil@imaeil.com 12일 오전 한 시민이 대구 남구 영대병원네거리 CCTV 타워에 올라가 극단적 선택을 암시하며 시위를 벌이자 긴급 출동한 소방관계자가 시민을 진정시키고 있다. 김영진 기자 kyjmaeil@imaeil.com

◆"교통사고 후유증, 제대로 치료받고 싶어"

A씨가 이 같은 일을 계획한 것은 지독한 교통사고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지만 심평원이 치료비를 조금씩 삭감하면서 근본적 해결책을 찾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치료가 절실했던 A씨는 보험사와 소송도 진행 중이다.

A씨는 2010년 12월에 세 번의 교통사고를 연달아 당한 뒤 9여 년 동안 통증경감치료 등을 받아왔다. 하지만 치료 기간이 길어지자 심평원이 치료비를 조금씩 삭감했고, 최근 병원으로부터 '치료비 삭감으로 더 이상 치료가 불가능하다'는 통보를 받았다.

A씨는 "근본적인 치료를 위해 수술을 받고 싶지만 자동차보험 기준에 맞지 않다고 하고, 건강보험적용도 어렵다고 하니 답답했다"며 "허리 통증 때문에 거의 10년 세월을 아무 일도 하지 못하고 부모님에게 의지하는 동안 지난 2월엔 아버지가 지병으로 쓰러지기까지 했다"고 하소연했다.

이에 대해 심평원 관계자는 "이전 수술(시술)은 자동차보험 기준에 맞지 않아 일부 조정된 것으로 보이나, 추가 수술 여부는 의료진과 협의해 시행 여부를 판단해봐야 한다"며 "이 경우 원칙적으로 자동차보험 처리가 맞지만, 필요하다면 건강보험 적용이 가능한 지도 검토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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