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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창] 가슴 아픈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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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장훈 경북대병원 순환기내과 교수 이장훈 경북대병원 순환기내과 교수

날이 제법 쌀쌀하다. 살을 에는듯한 추위에 손발이 얼어붙는다. 뜨거운 심장이라고 예외일 수는 없다. 심장환자의 겨울나기는 고통스럽다. 이런 환자를 보는 의사도 마찬가지다.

주말 초저녁. 추운 날씨만큼이나 날 선 전화가 울렸다. 전임의 선생이었다. 상주에서 급성심근경색증 환자가 온다는 연락을 받았다는 것이다. 참으로 답답한 전화이다. 왜일까?

급성심근경색증은 심장을 먹여 살리는 관상동맥이 혈전으로 갑자기 막혀서 가슴통증이 생기는 병이다. 돌연사의 가장 흔한 원인으로, 방금 전까지 옆에서 웃으며 얘기하던 가족, 친구, 동료가 한 시간 만에 사망할 수 있는 무서운 질환이다.

따라서, 가슴통증이 생기고 최대한 빨리 관상동맥 재개통술을 받아야 생존할 가능성이 높다. 그런데, 상주에서 대구라니, 이송 도중에 이미 골든타임이 한참 지나버린다. 환자는 오다가 구미에서 내려 그쪽 병원에서 치료 받을 기회가 있었다. 하지만 기왕이면 더 큰 병원에서 치료 받고 싶다고, 기어코 대구의 대학병원으로 향했다고 한다. 그저 안타까울 따름이다.

환자가 응급실에 도착했다. 예상대로 오던 도중 시간이 지체되어 쇼크상태가 되어 버렸다. 막힌 혈관을 찾고 재개통 하는 시술은 채 30분이 되지 않아 끝났다. 하지만, 쇼크에서 회복하여 생존할 수 있을지는 기약하기 힘든 상태가 되고 말았다.

최근 OECD는 2017년 우리나라 급성심근경색증의 한달 째 사망률이 OECD 평균인 6.9%보다 높은 9.6%로 보고하였다. 놀라운 것은 OCED 국가 중 사망률이 이전보다 증가한 나라는 대한민국이 유일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역설적으로 우리나라 급성심근경색증 환자의 응급 시술률은 99%이상으로 세계 최고 수준이다. 그렇다면, 사망률은 왜 이렇게 높은 것일까?

급성심근경색증 치료의 가장 중요한 것은 빨리 진단하고 치료하는 것이다. 한마디로 시간이 생명이다. 현재 진료지침은 환자가 가슴통증이 생기고 2시간내로 치료 받는 것을 이상적으로 생각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환자가 치료 가능한 병원에 오기까지 너무 많은 시간이 걸린다. 환자의 증상 인지가 늦을 뿐만 아니라 증상을 인지 하더라도 빨리 병원을 찾아서 응급치료를 받아야 한다는 것을 모르는 경우가 많다.

이를 알리기 위한 국가차원의 캠페인은 턱없이 부족하다. 또한, 빨리 치료를 받아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는 경우에도 시술 가능 한 병원을 알 수 있는 응급의료 체계가 없다. 게다가, 119 이용률도 채 30%가 되지 않는다. 심지어, 혼자서 자가용을 타거나 자전거를 타고 오기도 한다. 한마디로 환자의 인지부족과 의료전달체계의 미비로 살 수 있었던 많은 생명이 집이나 길에서 골든타임을 놓치고 사망하고 있다.

더욱더 놀라운 사실은 심근경색증이 단일 질환으로 우리나라 사망률 1위 질환이지만, 제대로 된 유병률 조차 알지 못한다는 것이다. 왜냐면, 우리나라는 급성심근경색증 환자 등록체계가 없기 때문이다. 놀랍고도 부끄러운 자화상이다. 정부가 수년째 이어지고 있는 현장 전문가들의 목소리를 외면하고 손을 놓고 있는 사이 'OECD 심근경색증 사망률 1위'를 위한 역주행은 시작되었다.

이장훈 경북대병원 순환기내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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