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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감(感)'이 제대로 왔다. 경북 청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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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문사 초입 솔바람길, 일주문 대신해 번뇌 걸러줘
운문사 경내에서 마주하는 처진소나무, 역동적 기운
노랗게 익어 붉게 물들 감이 천지삐까리
사진 명소된 청도읍성, 혼신지, 유등연지
청도반시축제, 코미디축제 11일부터 동시에 열려

운문사 경내에서 가장 먼저 마주하는 천연기념물 처진소나무의 역동적인 모습이 마치 사방으로 비상하는 용의 형상처럼 보인다. 이채근 기자 mincho@imaeil.com 운문사 경내에서 가장 먼저 마주하는 천연기념물 처진소나무의 역동적인 모습이 마치 사방으로 비상하는 용의 형상처럼 보인다. 이채근 기자 mincho@imaeil.com

감이 좋다. 온통 노랗다. 하늘은 높고 만물이 익어가는 철이다. 얼마 지나지 않아 붉게 물들 경북 청도다. 청도(淸道), 깨끗한 길로 들어서 감나무 정물 속을 거닐다 구름의 문 운문사(雲門寺)로 향한다. 운문댐을 지나며 뺨을 적시는 물안개는 색감을 돋우는 명품 조연이다. 가을 청도는 하얀 안개꽃 사이 문득문득 꽃송이가 진한 꽃다발이 된다. '감(感)'이 슬슬 온다. 이번 주는 청도다.

◆운문사 소나무

운문사로 가는 소나무 숲길, 솔바람길. 일주문의 역할을 대신해 일상의 번뇌를 씻어내준다. 이채근 기자 mincho@imaeil.com 운문사로 가는 소나무 숲길, 솔바람길. 일주문의 역할을 대신해 일상의 번뇌를 씻어내준다. 이채근 기자 mincho@imaeil.com

여느 사찰과 달리 운문사 경내로 이르는 길은 평탄하다. 산길이 아니라 숲길이다. 들어서자마자 걸어가야 하는 길임을 직감한다. '솔바람길'이라는 이름이 있다. 과장하자면 이 숲길을 자동차로 지나가면 바보 소리를 들어도 좋다는 인증이다. 자동차를 타고 지나가는 이들을 안타까운 눈길로 바라본다. 오죽 바쁘면 이 호사를 버리겠나. 솔바람길 옆으로 운문천 물이 따라 흐른다. 느리게 걸을수록 좋다. 느린 걸음 덕에 단풍철이 먼저 왔음을 안다. 색은 변해도 짙은 솔향은 그대로다.

운문사에는 일주문이 없다. 세속의 번뇌를 씻고 진리의 세계로 향하라는 일주문의 역할은 1km 솔바람길이 맡는다. 차분히 정렬돼 있는 키 큰 소나무 군락이 번뇌를 걸러준다. 이런 효과를 만끽한 수많은 언론과 작가들이 솔바람길 찬미가를 돌림노래처럼 불러왔다. 굳이 길게 부를 이유는 없다. 걷고 볼 일이다.

운문사 경내에서 가장 먼저 마주하는 천연기념물 처진소나무의 역동적인 모습. 카메라로 다 담을 수 없는 기운에 압도된다. 이채근 기자 mincho@imaeil.com 운문사 경내에서 가장 먼저 마주하는 천연기념물 처진소나무의 역동적인 모습. 카메라로 다 담을 수 없는 기운에 압도된다. 이채근 기자 mincho@imaeil.com

부처님 알현하기 전 봉분처럼 생긴 소나무를 마주한다. 단전에서부터 경탄이 올라와 입에서 터진다. 천연기념물인 '처진소나무'다. 500년이 넘은 것으로 추정한다. 제 아무리 식물에 관심이 없는 육식주의자라 해도 허투루 보고 지나칠 수 없다.

소나무 가지가 치마폭을 덮고 앉은 것처럼 보인다. 절 하듯 엎드린 모양새다. 소나무는 가지를 모두 땅에 내려놓고 있다. 그늘이 넓다. 큰 나무의 음덕이 크다는 속담을 실감한다. 가까이서 보니 소나무 굵은 줄기에서 용이 사방으로 뻗어나가는 모양으로 보이기도 한다. 아무리 좋은 카메라로도 못 담을 기운이다.

운문사 비로전 안은 오랜 세월의 무게를 감당하며 색이 바랬지만 불자들에게 평안을 주는 곳이다. 이채근 기자 mincho@imaeil.com 운문사 비로전 안은 오랜 세월의 무게를 감당하며 색이 바랬지만 불자들에게 평안을 주는 곳이다. 이채근 기자 mincho@imaeil.com

꽈리처럼 부풀었다 가늘어졌다 꼬불꼬불 줄기가 줄기를 타고 바닥에 내려앉았다. 가지가 밑으로 처져 크고 작은 지지대가 부축하듯 받치고 있다. 54개다. 힘없이 퍼질러 앉은 거인인가 싶지만 언뜻 대동맥에서 모세혈관 솔잎까지 기운이 전해지는 양 금방이라도 펄떡이며 뛸 것 같다. 몸이 움츠러든다. 거대한 생명체 줄기에서 뿜어져 나오는 기에 질릴 만큼 위압적인 생명력이다. 운문사에서도 엄연한 생명체로 대접한다. 스님들도 음력 삼월 삼짇날을 전후해 해마다 막걸리 12말을 보시한다고 한다.

소나무에 압도된 시선이 본당 비로전으로 향한다. 비구니스님들이 예불에 한창이다. 스님들의 수행과 함께 이 자리에 있어온 기둥과 전각에 세월이 쌓였다. 흑백화면을 보는 듯하다. 탱화도 색이 바랬다. 외려 도드라진다. 추억이 때론 흑백으로 재생되어도 선명한 것처럼.

◆감와인터널

은행 열매가 아무렇게나 떨어져 거리에 노랗게 번지고, 벼는 노랗게 고개를 숙이고, 감이 노래지는 건 가을의 순서다. 무르익으면 툭툭 떨어진다. 감은 샛노랗게 익어간다. 진노랑을 지나 빨강으로 넘어가는 숙성 과정은 UHD(초고화질) 기술 개발의 영감이 됐을 거라 짐작한다.

초가을 볕이 데운 검은 아스팔트 위로 영글게 익은 감이 떨어진다. 붉은 속이 보인다. 침이 고인다. 널린 게 감이다. 까치도 무덤덤하다. 아무렇게나 떨어진 감이 익어가는 냄새가 산과 마을에 부유한다. 풍요다.

경부선 남성현역 인근 송금마을에서 감이 익어가고 있다. 마을 골목마다 감이 익어 떨어져 풍요롭다. 이채근 기자 mincho@imaeil.com 경부선 남성현역 인근 송금마을에서 감이 익어가고 있다. 마을 골목마다 감이 익어 떨어져 풍요롭다. 이채근 기자 mincho@imaeil.com

감으로 이것저것 만들어낸다. 기본은 홍시다. 특히 청도에서 나온 감은 '반시'라 부른다. 납작한 게 쟁반을 닮아서다. 씨가 없는 감이다. 암꽃만 맺는 감나무만 자라서라고 한다. 곶감으로 만들고 싶어도 수분 함량이 높아 적합하지 않다. 곶감이 상주라면 홍시는 청도다. 덕분에 여러 가지 버전으로 사람들 입에 들어간다. 홍시주스로 바꾸는 건 기본적인 활용이다. 감말랭이, 감양갱으로 진화한다. 감와인도 나왔다.

감와인 저장고도 있다. 경부선 남성현역 인근이다. 경산역과 청도역 사이 KTX를 타면 스치듯 지나는 동네다. 감와인 저장고는 쓰지 않는 철도터널을 활용해 와인터널을 만든 것이다. 원래는 1904년 완공된 길이 1km의 경부선 남성현 터널이었다. 1937년 복선터널이 생기며 폐쇄됐다.

분명 한여름이었다면 쾌재를 불렀을 만큼 시원하다. 실내온도 15도다. 여름엔 시원하고 겨울에는 따뜻하다. 가을에는 '감정선'을 터트려준다. 경상북도가 추천하는, 감성 터지는 포토존이기도 하다. 너도나도 어두운 배경을 개의치 않고 사진을 찍는다. 한정된 조명에 사진이 고풍스럽다.

감와인터널 내부에서 관람객들이 조명으로 치장된 설치물을 신기한 듯 쳐다보고 있다. 이채근 기자 mincho@imaeil.com 감와인터널 내부에서 관람객들이 조명으로 치장된 설치물을 신기한 듯 쳐다보고 있다. 이채근 기자 mincho@imaeil.com

폭 4.5m, 높이 5.3m로 좁지 않다. 20세기 초 러시아에서 공수해왔다는 붉은 벽돌이 100년도 넘게 자기 집인 양 촘촘히 쌓여 있다. 중세의 성 안에 들어온 듯 눅눅하다. 시원하긴 해도 청량감은 없다. 습도 60∼70%를 유지하다보니 천혜의 와인 저장고 역할을 한다. 와인 시음장, 레스토랑 등이 차례차례 자리 잡고 있는 것도 당연하다.

◆놓치기 아쉬운 사진 명소

청도는 대구와 가깝다. 입신양명의 꿈을 안고 넘던 헐티재와 팔조령은 길이 넓어지면서 드라이브 코스가 됐다. 마침맞게 청도의 봄에는 복사꽃, 여름에는 연꽃, 가을에는 감이 피어주고 열려준다.

특히나 4월과 5월 '청도에 가자'는 말은 '가창댐을 거쳐 헐티재에서 각북 벌판을 내려다본 뒤 벚꽃 감상도 하고 유등연지에서 쉬엄쉬엄 걷다 오자, 거기에 더해 온천이나 찜질방 가서 몸 한 번 풀어주고 오자'는 뜻으로 통하는 일종의 '경로표시 문구'다. 돈만 있으면 나도 하나 차리고 싶다는 욕구가 불쑥 드는 카페에서 커피 한 잔 마시는 여유가 선택사양으로 들어간다. '청도에 가자'는 다섯 글자 풀이법은 요즘도 유효하다.

사진 명소로 꼽히는 청도읍성. 인근 혼신지, 유등연지와 더불어 소셜미디어에 자주 등장하고 있다. 이채근 기자 mincho@imaeil.com 사진 명소로 꼽히는 청도읍성. 인근 혼신지, 유등연지와 더불어 소셜미디어에 자주 등장하고 있다. 이채근 기자 mincho@imaeil.com

사진의 시대에 청도의 주가는 더 올랐다. 인생샷, 인증샷 등 사진이 잘 나오는 곳으로 소셜미디어에 중복 게재된다. 단연코 청도읍성, 혼신지, 유등연지 삼총사가 첫 손에 꼽힌다. 한국사능력검정시험 상위 레벨급 지적 수준도 함께 보여주고 싶다면 선암서원 주변을 빼놓지 말아야 한다.

사진 명소는 생각보다 화려하지 않다. 다만 기다려야 역작을 건진다. 사진은 자연 조명과 분위기가 연출해내는 종합 예술이다. '혼신지'는 그 말에 충실하다. 연꽃도 없는, 맨눈으로는 아무런 감흥이 없을 만한 곳에서 작품이 탄생한다. 가을하늘이 황금빛으로 물들면 연못으로 석양이 뛰어든다. 누가 역광을 방해꾼이라 했나. 세상에 없는 그림이 카메라에 들어온다.

혼신지는 청도읍성과 가깝다. 청도읍성은 고풍미로 승부한다. 둘레 약 1.9㎞의 크지 않은 읍성이다. 오래된 멋을 풍기진 않지만 사진에서만큼은 능숙한 풍광 연출자다. 근래에는 잡기놀이하듯 뛰어다니는 지상파 방송 프로그램에 등장해 대중의 이목을 끌었다.

청도읍성을 한 바퀴 돌면 건강해지고, 두 바퀴 돌면 오래 살고, 세 바퀴 돌면 소원성취한다는 소망적 전설이 전해오고 있다는데 의학적으로도 영 틀린 말은 아니다. 4km 정도를 걸으면 걸음수로 5천보가 넘는다.

유등연지는 청도 8경 중 하나로 꼽힌다. 한 바퀴 돌면 700m 남짓. 고성이씨 문중 소유로 조선시대 문신인 이육 선생이 군자정을 짓고 후학에 힘쓴 곳이라 한다. 못 주변에 갤러리가 있어 그림 감상에도 더없이 좋은 공간이다.

후학양성을 위해 세워진 선암서원으로 들어서면 옛 선인들의 글 읽는 소리가 금방이라도 들릴 듯하다. 이채근 기자 mincho@imaeil.com 후학양성을 위해 세워진 선암서원으로 들어서면 옛 선인들의 글 읽는 소리가 금방이라도 들릴 듯하다. 이채근 기자 mincho@imaeil.com

동창천을 따라 한데 모여 있는 명중고택, 운강고택, 도일고택, 그리고 선암서원은 애주가들의 구력 가늠자, 동곡막걸리로 지명이 더 알려진 동곡리에서 가깝다. 곳곳에 기교는 없으나 예스럽고 소박한 선인의 풍취에 숨이 멎는 선암서원 주변에는 공원이 조성돼 짧게나마 걷기도 좋다. 선암서원 앞 소요대에서 내다보는 동창천 풍경이 볼 만하다. 건너편 녹음과 어울려 그리지 않아도 그림이다.

◆가을, 청도의 축제

청도반시축제와 코미디축제가 11일부터 동시에 열린다. 주말이 낀 만큼 '청도나드리투어'를 이용해도 좋다. 청도판 시티투어버스다. 대구에서는 성서홈플러스가 출발점이다. 반월당, 동대구역, 두산오거리에서 정차해 승객을 태우고 청도로 향한다.

청도나드리투어는 새마을코스과 운문코스 2가지가 있다. 새마을코스는 청도와인터널과 청도전통시장, 소싸움경기장과 소싸움테마파크를 돌아본다.

운문코스는 운문사를 중심으로 탐방하는 코스다. 운문사를 따라 조성된 울창한 소나무 숲길을 걷는다. 인근에 조성된 운문사먹거리타운에서 미나리 삼겹살, 복숭아 등을 직접 구입하고 시식할 수 있다.

매주 토·일요일 정기 운행하고 주중에는 참가자가 15명 이상일 경우 운행한다. 참가비는 성인 4천원, 청소년 3천원, 초등학생 2천원이다. 식대와 유료관광지 입장료는 별도다. 전담여행사 삼성여행사(www.123tour.co.kr), 대구여행자클럽(www.1144.com), 코다투어(053-428-6677), 청도군 문화관광과(054-370-6374)로 사전 예약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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