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로마의 운명

입력 2021-07-31 06:30:00 수정 2021-07-29 12:04:40

로마의 운명:기후, 질병 그리고 제국의 종말 / 카일 하퍼 지음 / 부희령 옮김 / 더봄 펴냄

로마의 콜로세움 지하공간. 로마제국은 전 역사를 통틀어 모두 세 번의 커다란 팬데믹을 겪으면서 몰락의 길로 접어들었다.
로마의 콜로세움 지하공간. 로마제국은 전 역사를 통틀어 모두 세 번의 커다란 팬데믹을 겪으면서 몰락의 길로 접어들었다.

"로마의 쇠퇴는 무절제했던 위대함이 맞닥뜨리는 피할 수 없는 자연스러운 결과이다. 번영은 무르익으면 쇠락하는 게 원칙이며, 정복한 범위가 넓을수록 몰락할 원인이 배가된다. 시간 혹은 우연이 부자연스러운 지지를 거두는 순간, 거대한 조직체는 자신의 무게에 굴복하고 만다." 영국 역사가 에드워드 기번이 내린 로마 멸망에 대한 유명한 판결이다.

이 책은 인류 역사에서 영원할 것 같았던 로마제국의 몰락이 외세의 침입이나 제국의 자체 모순에 의한 붕괴로 보기보다, 새로운 관점에서 기후변화와 전염병이라는 자연재해가 붕괴의 재앙이었음을 보여준다.

오늘날 우리가 보듯 로마는 놀라운 도시공학적 기반 위에 세워져 화장실, 하수관, 수로 시스템이 잘 돼 있었다. 하지만 그 속을 들여다보면 공공위생 측면에서는 쥐와 파리가 들끓고 세균에 대한 상식도 없어 불결하기 그지없었다. 게다가 인구 밀도 또한 어느 곳보다 높았다. 이런 가운데 엄청난 교역과 이주 규모는 수많은 세균도 함께 로마로 실어 날랐다.

로마제국은 전 역사 가운데 모두 세 번의 커다란 팬데믹을 겪는다. 160년대 닥친 안토니우스 페스트와 부보닉 페스트, 3세기 중엽 키프리아누스 페스트가 그것이다. 밀집한 도시거주지, 기후영향에 따른 지형의 끊임없는 변화, 제국 내부에서 외부로 강력하게 연결된 교역망은 특정 미생물이 번식하기에 최적의 상태였고, 이들 미생물 앞에 로마인들을 속절없이 쓰러졌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3세기 기후변화는 식량부족 사태를 불러일으켰다. 240년대 지중해 남쪽 끝부분에 심각한 가뭄이 들었다. 로마의 식량창고 역할을 하던 이집트의 가뭄은 곡물가격의 급등을 가져왔고 그즈음 키프리아누스 페스트도 창궐했다. 역병은 넓은 지역에 주둔한 로마군단의 병사들을 쓰러뜨렸고 이들의 대규모 사망은 곧바로 외침의 빌미를 제공했다.

로마제국의 몰락을 다루면서 최초로 자연을 역사의 중심에 놓고 생태학적이고 환경적 차원에서 서술한 점은 이 책의 특징이자 탁월함이라고 할 수 있다.

결국 로마의 운명은 황제와 침략자인 야만인, 원로들과 장군들, 병사들과 노예들에 영향을 받았을 뿐 아니라 기나긴 에피소드를 거쳐 박테리아와 바이러스, 화산 폭발과 태양주기가 결정적 역할을 했다.

지금 인류는 유례없는 코로나 팬데믹과 이상기후로 고통을 겪고 있다. 역사는 '현재의 거울'이라는 점에서 단연코 이 책의 교훈은 '인간 사회가 생태학적 기초에 좌우되고 있다'는 일침이다. 544쪽, 2만5천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