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탄소중립한다며 수십 년 수령 숲 싹쓸이 벌목하는 산림청

입력 2021-10-14 05:00:00 수정 2021-10-13 20:02:16

산림청이 전국 곳곳 산에서 싹쓸이 벌목을 하고 있다. 2050년까지 수령 30년 이상 나무들을 베어내고 그 자리에 어린 나무 30억 그루를 심어 탄소 3천400만t을 감축하겠다는 것이다. 이른바 '2050 탄소중립 산림 부문 추진 전략'이다. 하지만 너무나 많은 기능과 가치를 지닌 숲을 탄소 수치로만 따져 벌목 대상으로 삼고 멀쩡한 산을 일시적 민둥산으로 만드는 정책이 과연 타당한지는 극히 의문이다.

산림청이 오래된 숲을 어린 나무로 교체하는 근거는 침엽수 30년, 활엽수 20년이면 탄소 흡수량이 정점을 지난다는 이유에서다. 해외 사례를 참고했다고 하는데 우리나라 숲 현실에 맞는지 의구심이 든다. 수많은 생명을 보듬으며 가뭄과 홍수, 산사태를 막아주는 숲의 다양한 가치를 탄소 배출량으로만 평가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게다가 모두베기식 벌목으로 산이 민둥산이 되면서 산사태 등 피해가 속출하는 등의 부작용도 따져볼 일이다.

지난 8월 포항 죽장면에서 발생한 산사태가 대표적이다. 태풍 매미나 루사 때에도 멀쩡했던 이곳은 최근 5년간 축구장 650개 면적에 해당하는 숲이 벌목된 이후 지난 8월 174㎜ 호우에 산사태와 수해를 입었다. 주민 증언에 따르면 벌목지에서 엄청난 물이 쏟아졌다. 이만희 국민의힘 의원은 12일 국정감사를 통해 "지난해 전년 대비 3배에 달하는 6천175건(피해 면적 1천343㏊)의 산사태가 전국에서 발생했다"며 "많은 전문가와 언론은 산지 태양광, 싹쓸이 벌목, 산지 전용 등 산지 훼손이 원인이라고 지목했다"고 비판했다.

어린 나무를 다시 심는다 해도 벌목으로 산림의 환경·생태적 기능이 수년간 멈추는 데 따른 손실과 부작용은 환산할 수조차 없다. 숲 생태계가 통째로 사라지는데도 이렇다 할 환경영향평가조차 이뤄지지 않고 있다. 숲을 아껴야 할 산림청이 나무를 베는 데 앞장서는 모습이 참으로 이율배반적이다. 앞으로 기후변화에 따른 집중호우 피해가 더 커질 텐데 산림청의 싹쓸이식 벌목 사업은 재고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