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천년 고도 품격 떨어뜨리는 현란한 야간 조명

입력 2022-06-23 05:00:00 수정 2022-06-22 19:00:26

경북 경주의 야간 경관조명 대부분이 너무 현란해 천년 고도의 품격을 떨어뜨리고 있다. 원색과 많은 색상을 사용해 나이트클럽이나 유흥가 조명 같다는 비판도 나온다. 밤은 경주의 또 다른 관광자원이다. 세계 유명 관광도시는 우아한 야간 경관조명으로 관광객들의 인기를 끌고 있다. 경주시가 천년 고도에 걸맞은 야간 경관조명으로 디자인 변경을 서둘러야 한다. 야간 조명에 대한 시민들과 관광객들의 눈높이가 높아진 만큼 경주의 야경도 달라져야 한다.

경주예술의전당과 금장대 입구를 잇는 공도교는 조명 빛이 마치 유흥가 분위기를 연출한다. 이 다리는 금장대와 선사시대 암각화, 신라시대 사찰 금장사 터 등과 연결돼 있는데, 야간 조명이 역사·문화 명소의 품격을 떨어뜨리고 있는 것이다. 경주세무서와 신라중학교를 잇는 북천의 경주교 난간 옆면과 지하차도에는 빨강, 녹색, 파랑 등 현란한 원색이 잇따라 색을 바꿔 나이트클럽 같은 분위기다. 경주의 대표적 누각인 금장대도 기와지붕을 비추는 빨간색과 주황색 조명이 너무 탁해 밤 분위기를 해치고 있다.

야간 경관조명을 보면 그 도시의 품격을 느낄 수 있다. 체코 프라하·헝가리 부다페스트는 성이나 국회의사당에 은은하고 단조로운 노란색 계통의 야간 조명만 사용해 도시의 품격을 높인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경주에도 품격을 떨어뜨리는 야간 조명만 있는 것은 아니다. 동궁과 월지는 아름답고 단아한 조명 덕분에 전국에서 손꼽히는 야간 관광 명소로 유명하다.

전문가들은 야간 조명에 원색과 많은 색상 사용을 피하고, 은은하고 우아한 단색을 사용해 고도 경주의 정체성을 살려야 한다고 조언했다. 경주시는 전문가들의 의견을 경청할 필요가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해제되고 무더위가 닥치면서 야간 관광이 증가하는 시기다. 밤이 아름다운 도시일수록 여행객들이 몰리는 것은 당연하다. 경주시가 야간 경관조명에 더 많은 관심을 갖고 야경이 품격 있고 아름다운 천년 고도로 만들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