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속수무책(束手無策)

입력 2022-10-05 17:06:54 수정 2022-10-05 21:0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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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전 정치부장
박상전 정치부장

파5 홀에서 투 온에 성공한 골퍼들이라면 '버디' 이상의 결과를 당연히 기대한다. 이후 퍼팅을 4개 이상 해 파 세이브마저 놓치게 된다면 실망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최근 골프를 함께 친 의사는 '파5 투 온' 성공 이후 퍼터 미스로 보기를 기록한 기자에게 이렇게 말했다. 우리들(의사) 사회에서 그런 상황은 '수술은 잘 됐으나 환자는 사망한 케이스'라고.

국민의힘 국회의원과의 만남에서 비슷한 이야기를 들었다. '수술은 잘 됐는데 환자는 죽게 생겼다'고. 대선에서 가까스로 승리했으나 여권의 상황이 녹록지 않게 돌아가고 있다는 말이다. 실제로 대통령실과 정부·여당 상황은 풍전등화 같아 보인다. 물가는 치솟고 경제는 안팎으로 나아질 소식은 없는데, 역병과 재해로 시름하는 국민들의 눈총은 오롯이 여권을 향하고 있다. 경제 회생을 위한 드라이브를 어느 때보다 강하게 걸어야 하지만 0.73%포인트 표 차이로 출범한 윤석열 정부는 거대 야당에 막혀 주관대로 국정을 진행할 방법이 없는 상황이다.

국무총리와 두 명의 부총리를, 퇴역한 인사를 다시 차출하거나 원내에서 끄집어낼 정도로 인재풀이 넉넉지 않지만 거대 야당엔 이마저도 공격 대상이다. 장관 청문보고서를 채택하지 않는 한편 힘들게 들여놓은 장관마저도 해임시키려 안간힘이다. 이런 식이라면 현 정권은 일 자체를 못 할 수도 있다. 지난 대선이 '1차 수술'이라면 다음 총선을 '2차 수술'로 보는 여권의 시각이 지배적이다. '여소야대' 국면에서 벗어나 국회에서 뒷심을 받쳐줘야 윤 정부의 성공 초석이 마련된다는 계산에서다.

총선의 핵심은 공천이다. 공천은 '공천권'이라는 일종의 권력에서 나온다. 권력은 그 속성상 집중되게 마련이다. 대의민주주의 체제하에서의 한계이자 현실이다. 수술실에 집도의가 한 명이고, 두 명의 판사가 동시에 판결을 내리지 않는 이치와 같다. 보수 정당의 역사를 보더라도 특정 세력이 공천권을 독점했을 때 총선에서 성공했다. 실제로 친이-친박이 상대편 '학살'까지 감행하면서 공천 작업의 주도권을 행사했으나 이명박-박근혜 정부 때 총선 성적표는 '원내 제1당'이었다. 반대로 여당 소속이면서 대통령 탄핵에 찬성, 내부 권력에 반기를 든 세력이 등장했을 때는 큰 패배에 빠졌다.

이를 간파한 여권 입장에선 '이준석 파동'으로 비치는 당 내홍은 하루빨리 수습해야 할 대상이다. 더 이상 입바른 소리로 내부 갈등만 부채질한다면 지금의 의석수보다 더 쪼그라들 것은 불 보듯 뻔하다. 대안 없는 비판보다 '어려울 때 침묵이라도 해야 한다'는 홍준표 대구시장의 말에 귀 기울이는 편이 훨씬 나을 듯해 보인다.

권력에 맞선 일부 여권 인사들로서는 자신들의 행보가 '시대적 소명'이나 '개혁'의 일부라고 반박할지 모른다. 하지만 지금 그런 행보를 하기에 정부·여당이 갖고 있는 능력은 너무나 비천해 보인다. 당장의 끼니 때울 쌀도 없는데, 언제 먹을지 모를 고기 반찬 걱정하는 격이다. 최근 윤석열 대통령과 한 시간 동안 점심을 같이한 지역 인사에 따르면 대통령의 가장 큰 고민은 국가부채 문제다. 포퓰리즘 정책 때문에 이대로 가다가는 나라 곳간이 거덜 난다는 것이다.

지난 5년 동안 30%까지 상승한 조세부담률이 말해주듯 국민들 고혈 짜내기 현상은 심화됐으나 국가 경제는 좋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이런 상황이 안타깝지만 윤 대통령 입장에선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해 과감한 경제정책 시도는 불가능하다. 다음 총선에서 국회 권력을 회복하는 숙제는, 윤석열 정부가 이대로 속수무책 정권으로 마치느냐의 문제와 직결돼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