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생계비 벌려 대리운전 동업 30대들 '역주행 만취車'에 참변

입력 2023-01-18 15:31:12 수정 2023-01-18 21:2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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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대구부산고속도로 사고 조사…1명은 충돌 현장에서 숨지고 생존자도 4시간 걸친 대수술
혼자 살던 사망자 A씨와 일용직에 주로 몸 담던 부상자 B씨, 생계비 벌려 대리운전 동업 시작
연료비·통행료 아끼려 중고 경차 장만한 지 2개월 만…대리운전 마치고 집으로 향하던 길에 사고

15일 오전 2시 10분쯤 발생한 신대구부산고속도로 사고 현장. 경북소방본부 제공
15일 오전 2시 10분쯤 발생한 신대구부산고속도로 사고 현장. 경북소방본부 제공

최근 신대구부산고속도로 만취 역주행 사고(매일신문 15일, 16일, 17일 보도)에 휘말린 피해 차량 운전자와 동승자는 대리운전 동업을 마치고 귀가하다 변을 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18일 매일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경차 조수석에 탑승했다가 사고로 숨진 A(38) 씨는 운전자 B(37) 씨와 생계비를 함께 벌고자 뜻을 모아 대리운전에 나선 지 1개월 여 만에 목숨을 잃었다.

B씨 가족에 따르면 고향이 대구인 B씨는 대구 한 대학을 중퇴한 뒤 일용직으로 생계비를 벌어 왔다.

대구의 전기·전자부품 공장, 호주의 농장과 마트, 경기도 평택의 전자부품 공장 등을 전전하며 고정된 일자리 없이 일용직으로 근무했다. 1년 전쯤 대구로 와 부모님과 함께 살았다.

그러던 중 지난해 11월 B씨는 가족에게 "A 형과 봄까지만 대리운전을 해 보려고 한다. 하루에 10만원은 벌 것 같다"며 자신이 모은 돈으로 중고 마티즈 경차를 샀다. 경차를 택한 건 힘들게 번 돈을 연료비·통행료 등으로 낭비하지 않으려는 마음에서였다.

A씨는 B씨와 '형, 동생' 하며 매우 가깝게 지내던 사이였다.

이들은 둘 중 대리운전 콜을 받은 사람이 기사가 돼 손님 차를 몰고, 남은 한 사람은 손님 차를 뒤따른 뒤 운행이 끝나면 동료를 태워 다음 행선지로 이동하는 형태로 1개월 이상 일했다. 수입은 절반씩 나눠 가졌다.

사고가 나던 지난 15일 새벽, 대리운전을 마친 두 사람은 A씨 집을 거쳐 대구 달서구 B씨 집으로 각각 귀가할 예정이었다.

불행은 갑작스레 닥쳐왔다.

오전 2시 10분쯤 신대구부산고속도로 대구방면에서 수성나들목을 5㎞쯤 앞뒀을 때 보여서는 안 될 형상이 보였다. 만취 상태로 고속도로를 역주행하던 50대 공무원 C씨 차가 전조등을 켠 채 B씨 경차 쪽으로 달려오고 있었던 것이다.

위기를 감지한 B씨가 마주오던 차를 피하려 차로를 3차례 옮겼으나, 앞 차는 B씨 차를 따라오기라도 하는 양 번번이 그의 앞을 가로막았다. 그리고는 그대로 정면충돌했다.

지난 15일 새벽 신대구부산고속도로에서 발생한 만취 역주행 사고 차량 모습. 피해차량 사망자(동승자) A씨, 부상자(운전자) B씨가 타던 경차(왼쪽)와 가해차량 운전자 C씨가 몰던 승용차가 도로변으로 옮겨져 있다. B씨 가족 제공
지난 15일 새벽 신대구부산고속도로에서 발생한 만취 역주행 사고 차량 모습. 피해차량 사망자(동승자) A씨, 부상자(운전자) B씨가 타던 경차(왼쪽)와 가해차량 운전자 C씨가 몰던 승용차가 도로변으로 옮겨져 있다. B씨 가족 제공

A씨는 심정지 상태로 구조됐다.

B씨는 골반과 오른쪽 대퇴골, 양쪽 무릎, 정강이와 발목 등에 복합 골절을 입은 채 대구 한 대학병원 중환자실로 옮겨졌다. 병원 측은 치솟았던 B씨 간 수치가 가라앉은 18일 오전 11시 30분쯤 4시간에 걸친 긴급 수술을 했다.

가족에 따르면 의료진은 B씨 등에게 "접합수술을 성공적으로 마치면 회복 후 일상생활은 가능할 것"이라면서도 "앞으로 뛰거나 무리한 동작을 하기는 힘들 수 있다"고 말해 후유장애 가능성이 있음을 안내했다.

가해 차주 C씨 차량에는 사고 보상 한도가 적은 책임보험만 가입된 것으로 알려졌다. B씨 가족은 우선 B씨의 보험사를 통해 치료비를 대고 A씨 장례도 돕기로 했다.

의식을 되찾은 B씨는 사고 상황을 떠올릴 때마다 겁에 질린 얼굴을 하는 등 극도의 긴장과 두려움에 빠져 있다.

B씨 누나는 "동생이 'A 형은 살아 있냐'고 묻더라. 충격을 주지 않으려 '괜찮다'고 했더니 '아니다, 내가 봤다. 내가 봤어' 하면서 크게 힘들어해 마음이 너무 아팠다"고 울먹였다.

한편, 경찰은 가해 차주 C씨가 회복하는 대로 정확한 사고 경위를 조사할 예정이다. A씨 유족과 사고 피해 운전자 B씨에 대해서도 조만간 조사와 심리치료를 시작할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