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이웃사촌'끼리 고소·고발 치닫는 대구 아파트 리모델링

입력 2023-01-24 16:42:09 수정 2023-01-25 09:0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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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성구 5곳 '주거환경 개선 대안' 추진…분담금·이사 등 문제로 반대도
추진위와 진행 과정 갈등 심해

최근 노후된 아파트를 중심으로 리모델링 사업을 추진하는 단지들이 늘고 있다. 하지만 일부 단지 입주자 사이에선 리모델링 추진을 놓고 찬반 양측으로 나뉘어 팽팽한 긴장감이 감도는 분위기다. 사진은 대구의 아파트 전경 (매일신문 DB)

대구 지역 주택 정비 사업 시장에서 건물은 철거하지 않고 기본 골조만 유지한 채 수직 또는 수평으로 증축하는 리모델링 사업이 주거환경 개선의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다. 아파트가 갖고 있는 기존 인프라를 누리면서 신규 아파트 수준의 외형을 갖출 수 있는데다, 시세도 끌어올릴 수 있을 거란 기대감까지 작용하면서 노후 아파트를 중심으로 리모델링 사업 추진이 커지는 분위기다.

하지만 분담금 부담과 이사, 안전성 문제 등을 이유로 반대하는 주민들도 적지 않아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특히 같은 아파트 주민들끼리 찬반 여론이 첨예하게 갈리면서 고소고발전까지 벌어지는 불상사까지 벌어졌다.

11일 기준으로 대구에는 총 5개 아파트에서 리모델링 사업이 추진 중이다.

해당 아파트는 모두 수성구에 있다. 범어우방청솔맨션(194가구), 범어청구푸른마을(378가구), 청구성조타운(445가구), 만촌메트로팔레스(3천240가구), 우방오성타운(496가구) 이다. 대부분 1990년대 초반에서 2000년대 초반에 지어진 곳이다.

이 가운데 가장 빠르게 사업이 추진 되는 곳은 지난 2021년 5월 조합이 설립된 범어우방청솔맨션이다. 시공사도 효성중공업으로 정해 현재 사업을 진행 중이다.

다른 4곳은 추진위원회를 꾸려 리모델링 사업 추진 동의서 작업을 진행 중이다. 이 과정에서 주민간에 리모델링을 찬성하는 측과 반대 측으로 나뉘어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리모델링을 진행 중인 한 단지는 지난 2020년 10월 28일 재건축 논의를 했지만, 용적률 등의 문제로 진행하지 못했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리모델링이 제시됐고, 현재 추진위원회를 결성해 조합설립 인가를 받기 위한 작업을 진행 중이다. 해당 단지 리모델링 추진위원회측에 따르면 조합 인가 최소 동의율(66.7%)에 조금 못미치는 65%가량의 주민동의를 받은 상태다.

하지만 최근 들어 추진위원회와 주민 간의 갈등의 골이 깊어지면서 서로 맞고소하는 상황까지 발생했다. 이들은 30년간 같은 아파트에 살던 주민들이다.

해당 아파트 리모델링 추진위원회는 최근 업무방해와 제물손괴, 허위사실유포, 명예훼손 혐의로 주민 6명을 경찰에 고소했다.

추진위원장 A씨는 "오래된 아파트다 보니 주차장, 엘리베이터, 노후 관로 등으로 각종 문제가 발생하고 수선 시 비용도 만만치 않은 상황"이라며 "노후한 아파트를 좋은 환경으로 만들기 위해 대수선을 추진하고자 노력하고 있는데 진행을 가로막고 있어 (법정 대응을) 조치했다"고 밝혔다.

반대하는 주민도 배임 혐의로 추진위원회를 고소했다.

반대 입장 주민 B씨는 "리모델링이 추진되면 70대 이상 입주민들은 성치도 않은 몸을 이끌고 정든 아파트를 떠나 언제 공사가 완료될지도 모르는 상태에서 기다리기만 해야 한다"며 "더욱이 리모델링 사업을 추진하면서 주민들의 공금을 추진위원회가 임의로 사용하는데 어떻게 믿고 진행할 수 있겠냐"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