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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리·화학II 고작 3천여 명 응시 "기초과학 어쩌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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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들 외면하는 과학탐구II 과목 '수능 선택 급감' 대책 급하다

지난해 수능 과학탐구 II과목(물리II, 화학II, 생명과학II, 지구과학II) 응시자는 만점을 받아도 표준점수 및 백분위가 과탐I 과목에 비해 낮게 나타나 학생들은 '멘붕'을 겪었다.

물리II 만점자의 경우 표준점수 및 백분위가 각 63점, 93점으로 생명과학I 만점자 표준점수 및 백분위 76점, 100과 비교하면 각각 13점, 6점 차이가 났다. 지구과학II도 최대 표준점수 8점, 백분위 4점 차이였다.

서울 주요 대학들이 탐구 과목 선택에 따른 유불리를 완화하기 위해 도입한 변환표준점수를 활용한다고 해도 물리II 만점자(변표 점수 64.15점)는 물리I, 생명과학I, 지구과학I 만점자(변표 점수 68.37점)에 비해 최대 4.22점이 벌어졌다. 과탐 선택과목에 따른 백분위 차이가 이렇게 큰 경우는 2016학년도 수능이 유일했다. I에 비해 어려운 II 과목 응시 자체가 지난해만큼은 '재앙'이 된 셈이었다.

◆과탐II 과목 응시자 '사상 최저'

2016학년도 수능 과탐영역에서 II과목 응시자 비율이 17.9%(4과목 합계 4만1천263명)에 불과해 2005년 수능(96.4%, 18만8천215명) 이후 가장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대부분의 대학은 자연계열 물리, 화학, 생명과학, 지구과학 등 과학탐구 I'II과목 8개 중에서 자유롭게 2개를 선택하게 한다. 그중 서울대만 교육 목적상 서로 다른 I, II과목 선택이 필수사항이다. 이런 상황에서 자연계열 상위권 수험생 중에서 서울대를 목표로 II과목을 선택한 수험생은 응시 인원이 적어 상위 등급을 받기가 어렵고, 응시 집단 수준이 I과목에 비해 월등히 높다 보니 웬만한 수준으로 출제돼도 평균점수가 높게 나타나 표준점수, 백분위 등이 I과목에 비해 낮게 나타난다.

서울 상위권 대학과 의학계열 대부분은 II과목에 대해 특별한 '혜택'이 없다. 중앙대가 II과목에 3%의 가산점을 주지만 영향이 미미하고, DGIST와 UNIST가 10% 가산점을 부여해도 정시 모집인원이 극히 적어 큰 효과를 발휘하지 못한다.

국어'수학'영어 과목을 1등급 받았다고 해도, 과탐II 과목을 거의 만점 수준의 점수를 받지 못하면 과탐이 2, 3등급 이하로 떨어진 수험생이 상당수였다, 2016학년 정시에서 국수영+탐구1 과목 정도에서는 '서연고'나 '의치한' 대학을 수월하게 갈 수 있는 수험생이 과탐II 과목을 응시한 것 때문에 원하는 대학에 불합격하거나, 대학을 낮춰 가는 경우가 속출했다.

◆이과 교실에선 II과목 '파행 수업'

과학 II과목을 선택하는 학생은 학교마다 손에 꼽을 정도이고, 선택 학생이 없는 학교도 상당수다. 대구의 경우 서울대 입시 실적이 좋다고 하는 수성구 몇 개 학교가 10여 명 남짓이고 대부분은 한두 명에 그치고 있다. 특히 의대 지원을 선호하는 분위기서 최상위권 학생들조차 입시에 유리한 전략을 좇아 공부하기 쉽고 등급 받기 유리한 I과목을 선택하고 있다,

이러다 보니 주로 3학년에 편성되는 과학II 수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게 현실이다. 달서구 고교의 한 교사는 "3학년 과학II 시간에 수업을 듣는 학생이 없다 보니 1, 2학년 때 배운 I과목을 복습하고 있다"면서 "II과목 내신을 평가하는 중간, 기말고사를 앞두고는 약 1주일 정도 범위에 맞춰 출제 문제를 알려주고 있는 실정"이라고 했다. 또 다른 교사는 "한 반에 한 명이라도 II과목을 선택하는 학생이 있으면 수업을 진행할 수밖에 없다. 그러면 나머지 학생들은 그 시간에 다른 수능과목 책을 펴 놓고 자습하는 것이 지금의 교실 풍경이다"고 전했다.

II과목 기피 현상은 올해 더욱 심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지난해 수능처럼 II 선택이 I에 비해 '상대적 피해'를 입은 전철을 밟지 않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수성구 고교의 한 진학담당교사는 "새 학기에 방과후수업으로 II심화과목을 개설하지만 반 구성이 안 될 것 같아 벌써 걱정이다"고 토로했다. 실제로 지난해 대구 10개 이상의 학교에서 II과목 선택자가 없어 서울대 지역균형선발 추천을 하지 못했고, 수성구의 한 학교는 전교 1등부터 5등까지 모두 II과목을 선택하지 않아, 6등을 서울대 지균으로 추천한 것으로 알려졌다.

◆II과목에 대한 특단의 대책 필요하다

학생들은 과탐 II과목 공부량이 많아서 벅차다고 한다. 변별력 확보를 위해서 수능이 어려울 수밖에 없어, 더 많은 대비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공부도 어렵고 대학 진학에 도움이 되지 않는 II과목을 애써 할 필요가 없는 상황인 것이다.

교사들은 "어려운 과목을 공부하는 과탐II 수험생들에게 그만큼의 혜택은 고사하고 오히려 불이익이 크게 나타난다면 누가 II과목을 응시하라고 권장하겠는가"라고 반문했다.

과탐 II과목에 대한 특단의 가산점 부여나 의무 응시 등의 조건이 부여되지 않으면, 갈수록 응시자는 줄 것으로 내다봤다. 교육계의 한 인사는 "현재 상황에 대해 별다른 조치가 없다면, 과탐 II과목 응시 자체가 '모 아니면 도'식의 선택이 될 가능성이 크다"면서 "이는 자연계열 수험생들이 기초 과학이면서 심화 학습이 필요한 물리, 화학에 대한 기피까지도 가져와 크게 문제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또 전문가들은 학생들의 II과목 외면에 대해서 대학의 책임도 상당 부분 있다고 했다. 대부분 대학이 II과목에 대한 가산점을 주지 않기 때문에, 학생들도 선택하지 않는 것이다. 또 다른 교사도 "이공계 육성을 부르짖는 교육 당국이나 대학이 학생 선발 과정에서 스스로 이공계 분야 기초 학문을 배려하지 않는 것은 모순이다"면서 "서울대뿐만 아니라 경북대와 같은 거점 국립대학도 대입 전형에서 이공계는 II과목 선택을 의무화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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