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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환 국가인권위원회 상임위원 오는 20일 퇴임, "국민 삶 구석구석까지 챙긴 자부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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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임 후 고향 대구에 변호사 사무실 개업하고 고향발전에 힘 보태기로

정상환 국가인권위원회 상임위원 정상환 국가인권위원회 상임위원

"시원섭섭합니다. 오는 20일 임기를 마치면 대구에서 변호사 사무실을 개업할 작정입니다. 그동안 성원을 보내 주신 분들께 답례하고 고향발전에도 힘을 보태겠습니다."

11일 오전 서울 명동에서 만난 정상환(55)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 상임위원(차관급)은 차분한 모습이었다.

지난 1987년 사법시험(29회) 합격 이후 27년 동안 군법무관과 검사로 활약했고 최근 3년여를 정부 고위인사로 지냈으면 아쉬움도 크고 제법 많은 '무용담'도 늘어놓을 법 한데 전혀 그렇지 않았다. 조근조근한 말투, 온화한 미소, 배려가 몸에 밴 모습 등을 보면 영락없는 학자풍이다.

정 위원은 "제가 흔히 영화나 드라마에 등장하는 괄괄한 '검사'의 모습과는 좀 다른 스타일이죠?"라고 물은 뒤 "실제 검찰에는 저처럼 차분하고 꼼꼼하게 업무를 처리하는 검사도 아주 많다"고 말했다.

정 위원과 인권위의 인연은 2016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새누리당(현 자유한국당)은 여당 몫 상임위원 선임을 위해 자유주의와 시장경제 이념을 수호할 수 있는 보수성향 인사를 찾고 있었다. 오랜 검사생활에 '검은혁명 / 자유와 평등을 향하여-쿤타킨테에서 버락 오마바까지'라는 인권관련 책까지 저술한 정 위원만한 적임자가 없었다.

그렇게 정 위원은 인권위로 출근을 시작했다. 당시 인권위 직원들 사이에선 '검사출신의 대구경북 인사'가 온다는 소식에 인권위 결정이 너무 '오른쪽'으로 치우칠 수 있다는 걱정도 많았다고 한다. 하지만 정 위원의 행보는 예상과 반대였다.

정 위원은 "제가 합류할 때 인권위에는 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서 임명한 보수성향 인사들이 대거 포진해 있었다"며 "저까지 오른쪽에 힘을 보탤 필요는 없다고 판단하고 인권위의 각종 결정에 합리성과 현실성을 보완하는 역할을 자임하면서 중도성향의 의견에도 많이 귀를 기울였다"고 말했다.

당시의 현명한 처신 덕분에 정 위원은 현 정부 들어 인권위가 너무 좌편향으로 쏠리는 부작용을 막는 브레이크 역할을 충실히 해내고 있다는 평가를 듣고 있다.

정 위원은 "인권위는 행정부 소속이 아니라 독립기구이고 서민과 소수자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하는 국가기관이기 때문에 정권의 변화에 따라 너무 흔들려서는 안 된다"며 "인권위의 결정이 좌우로 너무 출렁이면서 조직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줄어드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정 위원은 3년여 동안 인권위에서 내린 결정 중에는 '합리적인 이유 없이 성별 간 입금격차가 너무 크거나 승진기회가 다르게 주어지면 차별에 해당한다'는 결정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는 소회를 밝혔다.

정상환 국가인권위원회 상임위원 정상환 국가인권위원회 상임위원

그는 "학력이나 자격증보유 수준이 비슷하고 업무성과도 큰 차이가 없는데 단지 성별이 다르다는 이유로 차별을 해서는 안 된다는 내용으로 시정을 권고한 적이 있는데 아직도 우리 사회 곳곳에는 생각보다 다양한 차별이 공공연하게 작동한다"며 "국민 삶의 현장 구석구석까지 챙겼다는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화기애애하던 이날 인터뷰 분위기는 최근 청와대와 정면충돌하며 심상치 않은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는 정 위원의 친정(검찰)에 대한 질문으로 이어지자 약간 긴장감이 감돌았다. 정 위원은 조심스럽다는 듯 말을 아끼면서도 이왕 시작한 수사는 가급적 신속하게 결과를 내놔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당파적 이해관계는 다양할 수 있지만 실체적 사실관계는 하나"라며 "조국 법무부 장관 임명 파동으로 정부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흔들리고 있는 '국가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선 검찰이 서둘러 '실체적 사실관계'를 규명해 난무하는 당파적 이해관계를 일소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정 위원은 "검찰이 국정을 이끌어서는 안 되고 현 정부의 적폐수사도 좀 과하다는 생각을 갖고 있지만 이왕 시작한 수사는 나라를 제자리로 돌려놓기 위해서라도 검찰이 신속하고 정확하게 마무리해야 하고 정치권도 검찰에 협조하는 것이 순리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지역민들의 삶이 점점 더 팍팍해지고 있다는 고향소식이 잇따르고 있는 점에 대해선 안타까움을 표시하기도 했다.

정 위원은 "대구가 경제적으로 낙후되고 인구가 줄어드는 것도 걱정이지만 더욱 심각한 문제는 전체적 국가경영시스템에서 소외되고 있는 점"이라며 "대구가 국가운양의 중심에 있었던 경험과 노하우 사장되지 않고 지금 같은 위기일 때 요긴하게 활용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정 위원은 그동안 물심양면으로 성원을 보내 준 지역민들에게 "수고초심의 마음으로 고향에서 지역사회와 주민들을 위해 기여할 길을 찾아보겠다"고 말했다.

정 위원은 영선초-사대부중-능인고-서울대 법대를 졸업하고 법조에 입문한 후 군법무관, 평검사, 부부장검사, 부장검사, 지청장 등의 직책으로 모두 8년 동안 고향에서 근무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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