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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창] 로마의 티투스 개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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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 승리와 유대인 박해의 상징, 역사 속 영원한 승자도 패자도 없어… 정치적 혼란 큰 우리 사회에 시사하는 바 커

조수정 대구가톨릭대 교수 조수정 대구가톨릭대 교수

예루살렘 점령 기념으로 건립
성전 파괴로 흩어진 유대인들
전 세계 떠도는 삶 시작됐지만
승자도 패자도 영원하지 않아

로마를 상징하는 대표적 건물을 묻는다면 아마도 많은 사람이 고대 로마제국 시대에 지어진 콜로세움(Colosseum·원형경기장)이라고 답할 듯싶다. 거대한 규모로 보나 이곳에 얽힌 이야기로 보나, 콜로세움만큼 사람들의 관심을 끄는 곳도 드물 것이다. 로마 시민을 위한 축제와 서커스, 그리고 검투사 경기와 각종 행사가 벌어졌던 곳이며, 수많은 그리스도인이 처형되었던 곳이기도 하다.

그런데 이곳에서 북서쪽으로 조금 자리를 옮기면, 콜로세움보다는 훨씬 작은 규모이지만, 더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는 유적을 만나게 된다. 바로 티투스 개선문이다.

로마 건축의 독특한 형태인 개선문은 매우 중요하고 명예로운 일을 기리기 위한 것으로, 성벽이나 성문에 연결되지 않고 따로 독립적으로 세워졌다. 현재 로마에는 3개의 개선문이 남아 있으나, 기록에 의하면 로마제국 시대에 30개 이상의 개선문이 있었다고 한다.

티투스 개선문은 그중 가장 오래된 것으로 포로 로마노(Foro Romano)라 불리는 길쭉한 직사각형 모양의 광장에 자리 잡고 있다. 팔라티노 언덕과 캄피돌리오 언덕 사이에 있는 이 광장은 고대 로마제국의 정치와 경제의 중심부로서 주요 정부 기관이 여기 모여 있었으며, 티투스 개선문은 이곳으로 들어가는 입구에 세워졌다.

높이 15.4m, 폭 13.5m, 두께 4.75m로 이후에 지어진 개선문보다는 작은 규모지만, 비아 사크라(Via Sacra, 신성한 길) 벨리아 언덕의 정상에 우뚝 서 있기 때문에 보는 사람에게 매우 웅장한 느낌을 준다. 로마의 가장 중요한 위치에 지어진 이 개선문에는 어떤 의미가 담겨 있는 것일까?

티투스 개선문은, 그 이름이 알려주듯 티투스(Titus Flavius Vespasianus, 39~81)라는 로마 황제의 승리를 기리려 건립한 것이다. 개선문의 내벽에는 여러 주제의 조각을 새겼는데 전리품을 들고 행진하는 병사들, 네 마리의 말이 이끄는 이륜 전차를 타고 의기양양하게 개선하는 티투스 황제, 그리고 그에게 승리의 관을 씌워주는 승리의 여신 니케(Nike)의 모습을 볼 수 있다.

그런데 작품을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병사들이 메고 가는 전리품이 예사롭지 않다. 일곱 개의 가지가 있는 커다란 촛대는 유대교의 상징인 메노라(menorah)이며, 커다란 탁자는 유대교 성소의 황금 제대다. 그런가 하면 유대교의 은 나팔도 보인다. 티투스 개선문은 유대·로마 전쟁(66~73)의 승리를 기념하기 위한 것이었기 때문이다.

전쟁은 아주 참혹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70년, 티투스는 예루살렘을 점령하여 유대인을 살육하였고, 솔로몬이 지었던 예루살렘 성전을 불태워버렸다. 서쪽 벽은 간신히 파괴를 모면했는데, 이것이 오늘날까지 남아 있는 '통곡의 벽'이다. 예루살렘 성전이 파괴된 이후로 유대인의 디아스포라(Diaspora), 즉 나라 없이 전 세계에 뿔뿔이 흩어져 살며 떠도는 삶이 시작되었다.

로마제국 승리의 상징이자 유대인 박해의 상징이었던 티투스 개선문. 그러나 역사는 승자도 패자도 영원하지 않다는 것을 일깨워준다. 로마인들의 환호를 받으며 개선한 티투스는 아버지의 뒤를 이어 황제의 자리에 올라 로마를 정비하며 콜로세움까지 완성했지만, 베수비오 화산 폭발로 제국의 중요한 두 도시 폼페이와 헤르쿨라네움이 파괴되었고, 로마에는 대화재가 발생하여 큰 어려움을 겪어야 했다.

또 역병이 돌아 많은 로마인의 목숨을 앗아갔고, 티투스 자신도 알 수 없는 병으로 치세 2년 만에 41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반면 유대인은 오랜 방랑 끝에 결국 이스라엘에 되돌아갔을 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큰 영향력을 발휘하는 민족으로 성장했다.

18세기 이래 유럽 각국은 티투스 개선문을 모델 삼아 승리의 개선문을 세웠다. 하지만 승리의 문을 지나는 주인공은 언제나 바뀌었다. 정치적 혼란이 가중되는 우리 사회에 티투스 개선문이 시사하는 바는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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