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로 얼룩진 명절…음식 장만, 재산 분쟁 등으로 가족 폭행

입력 2021-09-21 15:57:17 수정 2021-09-18 18:09:49

판결문으로 본 명절 가족 갈등
매제, 딸 등 폭행…재산 분쟁, 음식 장만 등 사소한 시비 끝에 범행

추석 명절을 앞둔 지난 9일 오후 대구 남구 관문시장에서 남구청 공무원들이 과일을 구입하며 전통시장 장보기를 하고 있다. 매일신문 DB
추석 명절을 앞둔 지난 9일 오후 대구 남구 관문시장에서 남구청 공무원들이 과일을 구입하며 전통시장 장보기를 하고 있다. 매일신문 DB

친척간 정을 나누며 여느 때보다 풍요로워야 하는 명절이 어떤 가족들에겐 범죄로 얼룩진 악몽이 되기도 한다. 재산 분쟁 등 해묵은 갈등이 얼굴을 맞대는 명절을 계기로 수면 위로 드러나기 쉽기 때문이다.

대구지법 및 8개 지원에서 '명절' 등의 키워드로 살펴본 확정 판결문(1심 기준)을 통해 설, 추석 중 다툼 끝에 범죄로 이어진 사연들을 살펴봤다.

◆추석 당일 "왜 전화 안 받냐" 매제 폭행

지난해 추석 당일이던 10월 1일 오후 10시가 넘은 시각. 중년 남성 A씨는 술에 취한 채 매제가 사는 대구 달서구 한 아파트를 찾았다. 그는 평소 매제가 여동생을 막 대하거나 명절에 찾아오지 않고 전화를 걸어도 잘 받지 않는다는 생각에 악 감정이 많이 쌓인 터였다.

현관문이 열리자 A씨는 "전화 왜 안 받냐"고 말한 뒤 매제의 배를 발로 찼다. 이어 얼굴, 몸까지 수차례 때렸고 매제는 한 달간의 치료가 필요한 부상을 입었다.

A씨의 화풀이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그는 매제의 집 주방에서 흉기를 가져와 "오늘 문을 안 열었다면, 너희 부모님을 찾아가 흉기를 휘두르려고 했다"며 위협을 이어갔다.

지난 5월 대구지법 서부지원은 A씨에 대해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하고, 80시간의 사회봉사를 명했다.

법원은 "술에 취해 격분한 상태로 매제를 찾아가 일방적으로 폭행하고 협박했다. 피해자는 홀로 있던 중 갑작스럽게 이런 일을 당해 큰 공포심과 충격을 느꼈을 것으로 보인다"며 "사건 이후 며칠간 사과할 기회가 충분히 있었으나, 형식적인 사과의 문자메시지만 보내 피해자가 고소하기에 이르렀다는 점에서 범행 후의 정황도 좋지 않다"고 밝혔다.

이어 "이 사건 이후 피고인의 여동생이 매제와 이혼 소송 중이어서 합의가 어려운 사정이 있었다고는 하나 공탁조차 이루어지지 않는 등 피해 회복을 위한 노력이 충분하다고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명절 음식 때문에 아버지가 딸 폭행

평소 일상에서 갈등을 빚었던 가족이 명절을 앞둔 시기 사소한 시비 끝에 다툼으로 이어진 사례도 있었다.

대구 달성군에 사는 아버지 B씨는 평소 딸과 재산 분배 등으로 마찰을 빚었고 딸을 폭행한 전력이 있었다.

B씨는 추석 연휴 시작일을 하루 앞둔 지난 2013년 9월 17일 자신의 집에서 딸에게 "추석에 음식을 많이 만들지 마라"고 했다. 이에 딸이 "음식이 모자라면 안 된다"고 대답했고, 말대꾸를 한 것으로 받아들인 B씨는 화가 나 딸을 향해 그릇을 던졌다.

아버지의 폭행은 2년 뒤 추석 연휴까지 이어졌다.

B씨는 추석 연휴 시작일인 2015년 9월 26일 자신의 집 앞마당에서 딸이 추석에 쓸 과일을 사 온 것을 보고 "과일 장을 왜 봐왔냐"고 말하며 주먹으로 딸의 턱 부위를 2~3차례 툭툭 치기도 했다.

B씨는 이처럼 2013년 9월부터 2016년 9월까지 ▷사위가 보일러를 틀었다거나 ▷딸이 밤늦게까지 텔레비전을 켜놓았다는 이유로 폭행을 일삼았다. 지난 2017년 2월 대구지법 서부지원은 B씨에 대해 상해 등의 혐의로 벌금 500만원을 선고했다.

◆재산 분쟁 끝에…처삼촌 폭행

설 연휴 처가를 찾은 사위가 가족 간 다툼에 휘말려 범죄로 이어진 경우도 있다.

2016년 설날 당일인 2월 8일 이른 아침 경북 칠곡에 있는 처가를 찾은 사위 C씨.

이날 처가와 재산 분할 문제로 민사 소송 중이던 장인의 남동생(처삼촌)도 명절 차례를 지내기 위해 그곳을 찾았다. 장모가 이들에게 나가라고 요구했고 결국 둘은 말다툼이 붙었다.

다툼을 지켜만 볼 수만 없었던 사위 C씨는 "우리 집이니 돌아가라"고 욕설을 하며 방에 앉아 있는 처삼촌의 머리를 주먹으로 때렸다. 이어 처삼촌의 멱살을 잡고 밖으로 끌어내 현관 계단에서 밀어 넘어뜨리기까지 했다.

같은 해 9월 대구지법은 피해자에게 4주간의 치료가 필요한 상해를 입힌 점을 인정, C씨에 대해 벌금 300만원을 선고했다.